유럽 재정위기에 北리스크까지…
18개 국내은행 외화유동성10월말 대비 40% 늘어
국내 은행들이 ‘외화 실탄’을 대폭 확충했다. 북한 체제 안정 여부는 물론 유럽 재정위기가 모두 내년 상반기에 분수령을 맞을 것이란 분석을 기초로 이에 대비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8개 국내 은행의 외화유동성 잔액은 10월 말보다 40% 가까이 증가했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매월 스트레스 테스트(극단적 상황을 가정한 점검)를 하면서 테스트 기준에 맞는 외화유동성을 확보하도록 독려했더니 외화유동성이 풍부해졌다”고 전했다.
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외화유동성 비율은 국내 은행의 잔존만기 3개월 이내 외화자산을 3개월 이내 외화부채로 나눈 것으로 현재 100%를 넘는다. 이는 3개월간 외화차입이 없어도 보유 중인 외화자산만으로 빚을 갚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의 지도 기준은 85%다.
금융위는 테스트의 구체적인 기준이나 정확한 외화유동성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올해 하반기 들어 매월 실시한 테스트에서 18개 은행 대부분이 ‘3개월 기준치’를 만족한 상태라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비해 중장기 차입을 꾸준히 늘렸고, 차환율도 양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차환율은 신규차입액을 만기도래액으로 나눈 값으로, 이 비율이 100% 이상이면 만기가 돌아온 차입금 이상을 새로 차입했다는 의미가 된다. 올 1~11월 단기차입(1년 이내) 차환율과 중장기차입(1년 초과) 차환율 평균은 101.4%, 148.6%로 지난해 91.3%와 118.1%를 웃돌고 있다.
금융위는 한국 경제가 시험대에 들어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테스트를 계속해 외화유동성의 추가 확보를 유도할 방침이다.
은행의 외화유동성을 계속 늘리도록 금융당국이 ‘채찍질’을 하는 것은 유럽 재정위기가 내년 상반기에 더 악화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북한 후계구도의 안정 여부도 판가름난다.
재정난을 겪는 ‘PIIGS(남유럽 4개국과 아일랜드)’를 비롯해 유로 지역의 국채 만기가 내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돌아온다. 게다가 유럽 은행들은 현재 6%인 핵심자기자본비율(Core Tier1)을 내년 6월까지 9%로 높여야 한다. 이 비율을 맞추려면 대규모 증자나 위험자산 축소가 필요하다. 유럽계 은행의 자금회수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외국계 은행의 국내 은행에 대한 익스포저(대출과 채권투자 등 위험노출)는 913억달러다. 이 가운데 유럽계 은행이 550억달러로 60.2%에 달한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