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7월의 일이다. 일본 정부의 경제재정자문회의가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에게 ‘글로벌 경제시대의 생존전략’을 담은 ‘신(新) 마에카와 리포트’를 제출했다. 1986년 마에카와 하루오(前川春雄) 전 일본은행 총재가 작성한 ‘마에카와 리포트’의 21세기 판이었다.
잠재성장률은 하락하고
고용 갈수록 불안
동북아 정세 안갯속으로…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수출중심서 내수확대로
경제 중장기 플랜 세워야”
지난 2008년 7월의 일이다. 일본 정부의 경제재정자문회의가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에게 ‘글로벌 경제시대의 생존전략’을 담은 ‘신(新) 마에카와 리포트’를 제출했다. 1986년 마에카와 하루오(前川春雄) 전 일본은행 총재가 작성한 ‘마에카와 리포트’의 21세기 판이었다.
86년에 나온 첫 번째 리포트는 1985년 일본경제 구조를 완전히 뒤바꿔놓은 ‘플라자 합의’가 배경이었다. 당시 미국 등 선진 5개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서 만나 일본 엔화의 평가절상을 유도하는 데 합의했다. 일본이 미국과 유럽에 대해 거액의 무역흑자를 거두자 경쟁국들이 일제히 ‘일본 때리기’에 나선 결과였다.
‘新 마에카와 리포트’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발표됐다. 이 리포트는 국경을 초월한 인재육성이 쇠락하는 일본경제의 미래를 결정하는 요체이며 새로운 성장동력이라고 선언했다.
2011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세계경제는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선진국의 재정위기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현재 상황은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75년만에 찾아온 최악의 경기위축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 역시 좌표를 잃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세계경제 질서가 붕괴되는 걸 눈으로 보면서도 한국경제의 좌표를 설정해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우리도 향후 대한민국의 10년을 결정할 ‘한국판 마에카와 리포트’를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
한국경제는 현재 긴 터널의 초입에 서 있다. 잠재성장률은 하락하고 고용은 갈수록 불안해지는데 정치ㆍ사회적 욕구는 어느 때보다 강하게 분출되고 있다. 밖에서는 ‘글로벌 불균형’ 시정을 위한 경상수지 적자국(재정적자국)의 반격이, 안에서는 ‘소득불균형’ 구조를 깨기 위한 움직임이 싹트는 중이다. 여기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동북아 정세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전후 50여년 동안 한국경제가 눈부신 성장을 구가할 수 있었던 것은 수출 대기업들의 힘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1998년 IMF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에는 일정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기 위해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 강화가 최선이었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그로 인한 부작용을 치유해야 한다. 이것이 한국판 마에카와 리포트의 출발점이다.
국민들은 ‘경제는 계속 성장한다는데 소득은 왜 늘어나지 않느냐’고 아우성이다. 매년 실질 GDP(국내총생산)는 4%가량 성장하지만 GNI(국민총소득) 성장률은 거의 0%에 머물러 있다. ‘4%의 갭’은 경제주체 중 어느 한쪽이 환율 등으로 얻은 ‘불로소득’이다.
정덕구 이사장은 “80%에 달하는 대외의존도를 적정 수준까지 낮추고 수출과 내수의 양 날개로 나는 경제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침 기획재정부는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수출 중심에서 내수확대 전략으로 수정했다. 선진국 경기둔화와 유럽 재정위기로 줄어들 수출을 내수로 상쇄하겠다는 것이다. 내수 활성화의 기본은 국민들의 ‘구매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한 한국경제 중장기 플랜이 한국판 마에카와 리포트의 핵심이어야 한다.
<신창훈 기자> / chuns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