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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재곤의 스포츠 오딧세이> 김정일 사후(死後), 스포츠교류가 시험대
지난주 돌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 세계에 타전되면서 뉴스의 중심이 한반도에 집중됐다.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당사국들은 김정은의 예상 밖 빠른 등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은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과 평화가 유지 존속되는 상태에서 북한의 차기 정권에 개혁과 개방을 촉구 또는 지원하는 다양한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갈 길이 멀고 험한 형국이다.

이처럼 한치 앞을 담보할 수 없는 안개 시국에도 불구하고, 지난 달 남북교류에 작은 변화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사건이 있었다. 카타르의 ‘피스 앤드 스포츠컵’에서 20년 만에 탁구단일팀이 구성되어 남자복식팀이 우승을 일궈낸 소식이다. 이보다 앞선 1991년 여자 단일팀이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중국을 누르고 단체전에서 우승한 장면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었다. 심지어 이때 북한은 기념주화까지 만들었다. 김일성 부자(父子)도 스포츠효과에 대해 이 시점에 정확히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한반도기를 앞세운 남북선수단의 동시 입장은 감동의 물결이었다. 그 이후 2007년까지 9차례에 걸쳐 각종대회에서 동시 입장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당하는 사건으로 남북교류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아쉬운 감이 있다. 스포츠만이라도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의미를 살려 자연스러운 접촉과 대화 창구를 존속시킬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독일은 1974년 ‘체육관계규칙에 관한 의정서’에 합의한 이후 꾸준한 협력으로 1988년 한 해 동안 무려 139회가 넘는 스포츠 교류가 이루어져 동ㆍ서독인의 동질성 회복의 시금석이 되었다. 이러한 노력이 결국 통일의 밑거름이 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1980년대 말 한국의 동구권 국가와 수교를 하는데 있어서 키워드는 스포츠였다. 먼저 스포츠 교류가 이루어진 후, 뒤이어 양국 간 수교가 성사되었다. 대표적인 나라가 헝가리와 폴란드였고 체코와 불가리아도 스포츠 교류가 먼저 논의되다가 국내사정으로 수교가 앞당겨진 경우였다.

이제 일정 부분 정치논리와 분리해서 스포츠 분야의 협력을 시도해야 한다. 먼저 ‘2012 런던 올림픽’과 관련된 사항과 서울시가 검토하고 있는 서울과 평양간의 경평(京平)축제를 밀도있게 검토할 가치가 있다. 경색된 남북한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김정은과 차기권력층의 태도와 습관을 가늠해보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좀 더 차분하고 끈기 있는 유연한 자세로 10년 후를 대비하고 실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이다.

칼럼니스트(aricom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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