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티박스> 감정노동자 캐디 <上>
1년여의 방황 끝에 다시 캐디 일을 하게 됐다. 눈물을 머금고 그만뒀었는데 다시 이 일을 하게 되다니…. 참 힘든 결정이었다.

그렇지만 다시 이 일을 하고 보니 역시 하던 일이라서 그런지 별 어려움 없이 잘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4명의 남자 고객의 백을 싣고 첫 스타트에 들어섰다. 그런데 한 고객이 조용히 나에게 말한다.

“언니, 혹시 담배 좀 구할 수 있을까?” “네? 코스 내에서 금연이잖아요.” 그렇게 말해놓고 뒤를 돌아봤다. 역시 뒤 팀도 남자 고객 4인팀이다. 젊은 분들이고 게다가 얼마 전 한 번 라운딩을 같이했었던 낯익은 얼굴이다. 뒤 팀으로 가서 고객들께 담배 4개비를 구해다 우리 팀 고객팀에 조용히 쥐어드렸다. 고마워한다. 그렇게 웃으면서 첫 홀이 시작됐다.

하지만 첫 홀을 홀아웃하기도 전에 난 울상이 돼 버렸다. 우리 팀이 1번 홀 그린에 올라가기도 전에 앞 팀이 벌써 2번 홀을 아웃하고 있었다. 어이가 없었다. 정말 우리 팀 가관이다. 참고로 우리 골프장은 리모컨이 없는 5인승 수동 카트 시스템이다.

1번 고객. 페어웨이 지나 러프 맨 끝 오른쪽 100m 지점에 볼이 있다. 9번과 피칭을 줬더니 가서 보잔다. 안 들고 간다.

2번 고객. 레이디티 앞에 떨어져 3번 우드를 줬더니 바로 쪼로나서 바로 앞에 다시 떨어진다. 다시 거리 물어보고 5번 우드 달란다. 바꿔준다. 또다시 굴린다. 그러기를 5~6번 결국 5~6번 다 클럽을 바꾼다.

3번 고객. 어프로치를 A와 S를 쓴대서 들고 갔다. 하지만 잔디가 누워 있으니 8번을 달란다. 하지만 생크나서 오버되고 다시 샌드를 달라고 한다. 우리 카트는 20m쯤 떨어진 곳에 있는데…. 바꿔다 준다.

4번 고객. 아직도 그린에 못 올라오고 그린 주변에서 왔다갔다만 5~6번 하고 있다. 그때마다 거리를 묻고 방향을 묻는다. 그린도 아니고….

정말 아찔하다.

2번, 3번 홀까지 다 클럽하우스에서 보이는데, 난 죽었다를 연방 복창하면서 뛰었다. 그런데 스코어도 정확히 적으라고 한다. 게다가 OK도 없다. 요즘 많이 하는 뽑기게임을 한다.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든지…. 내 입에서는 곱지 않게 말이 나간다.

드디어 홀을 계속 비운 가운데 문제의 4번 홀에 왔다.

<쎄듀골프서비스연구소 차돌박이>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