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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봐 청년 ‘금배지’ 한번 달아보겠나?
10·26 서울시장 선거서 놀란 정치권 앞다퉈 20대에 문호개방…정치문화 변화 기대속 포퓰리즘 우려도
與 27세 이준석 비대위원 임명

野는 오디션式 비례대표 선출

젊은 민심잡기 잇단 파격행보


“권위주의 깰 젊은 패기”

“표 노린 꼼수에 불과”

긍정·부정론 팽팽히 맞서


수직적 문화 여전

깜짝쇼 안될려면

정치문화부터 바꿔야



“선생님 저는 커서 나라를 이끄는 국회의원이 되고 싶어요.”(개그콘서트 ‘사마귀 유치원’ 중에서)

이 아이들의 꿈이 앞당겨질 수 있을까. 올해 대한민국 총선에서 20대 국회의원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그것도 많게는 5~6명 정도의 젊은 금배지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영삼 전 대통령(26세)ㆍ김상현 전 의원(28세) 당선 이후 무려 50여년만의 일이다. 기성 정치권은 앞다퉈 청년세대에게 손짓하며 국회의원 자리를 약속하고 나섰다.

▶이준석ㆍ슈스케식 공천ㆍ청년해적당… 20대에게 정치문호 열렸다=일단 정치권은 20대로 향한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기점은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부터다. 2030세대의 정치적 요구가 박원순 후보(현 서울시장)에게 ‘몰표’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놀란 여야는 성난 민심을 잡기 위해 서로가 젊은 청년을 비례대표 당선권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정치권에 입성한 선두주자는 단연 27세의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7일 20대인 그를 비대위원으로 임명했다. 이 위원은 첫 회의에서 쟁쟁한 위원들을 향해 “그렇게 생각하시니까 한나라당이 잘 안되는 거죠”라며 당당히 말하며 언론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이후 한나라당은 국민소통을 담당하는 ‘눈높이 위원회’의 자문위원으로 표철민(27) 위자드웍스 대표를 위촉하기도 했으나 그는 3일 첫 회의 직후 자진사퇴했다.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도 한나라당에 질새라 대국민 오디션 방식의 청년 비례대표 선출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다. 만 25~35세 대한민국 청년이면 누구나 오디션 참가가 가능하다. 김두수 청년대표국회의원선출특위 단장은 “한나라당이 하버드대 출신 등 스펙을 앞세워 ‘박근혜 남자’를 뽑았다면 우리는 스토리를 중심으로 석 달간 대중에게 심판받는 공개경연 방식을 통해 청년들이 직접 선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오는 13일까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접수를 받으며 생방송 중계까지 고려하고 있다.

한편 당대표 선출을 위한 1ㆍ15 전대에 도전장을 내민 이학영 후보는 2030세대가 중심이 되는 ‘청년해적당’을 당 속의 당으로 두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청년해적당은 젊은 세대가 무제한적으로 참여하는 온라인당을 일컫는다. 이들에게 당 운영부터 공직 선출권, 재정권까지 모두 맡기겠다는 것이다.

▶젊은 패기로 도전적 역할 기대…권위주의적인 정치문화 해소에도 도움=젊은 국회의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새롭다”, “기대된다”고 반기는 반면 다른 한 편에서는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꼼수”라는 말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20대 국회의원의 긍정적인 측면으로 기성 정치권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고착화된 정치판에 젊은 패기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학등록금 문제나 청년 실업, 비정규직 문제에서 과감한 입법이나 정치적 제안 등을 기대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주로 중장년 이상의 연령층으로 이뤄진 정치권에는 권위주의가 여전하다. 만약 30대도 아닌 20대 젊은 층이 의회로 진출하면 이런 딱딱한 분위기 해소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실장은 “그동안 국회가 젊은 층의 의견 수렴을 못해 왔던 측면이 있는데, 사회전체 의견을 반영하는 국회 본연의 역할에 있어서도 20대 국회의원이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역의원들도 대체로 이들의 참여를 반겼다. 강승규 한나라당 의원은 “젊은 층의 다양한 시각을 반영하고 특히 20대만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정치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도 “장애인이 국회의원으로 나오자 국회 내 장애인의 장벽이 없어졌다”며 “20대 역시 현실정치에 직접 참여해 20대를 위한 정치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민주당의 ‘슈스케 경연’에는 참여 방법을 묻는 청년들의 질문이 끊이질 않는다는 후문이다. 만약 이번 경연이 성공리에 치뤄진다면 총선 승리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내부 관계자들은 자신했다.

▶흥행몰이 수단으로 전락 우려…정치문화부터 개선해야=하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우리 사회에서 ‘갓 사회에 진출한 20대’와 ‘사회적 성공을 뜻하는 국회의원’, 이 두 단어 사이엔 여전히 괴리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기성 정치권이 위기 탈출을 위해 한시적인 흥행몰이로 이들을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아직 경험과 경륜이 부족한 젊은 세대들이 기존의 여의도 정치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또한 비슷한 또래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역시 고려해야 한다.

자문위원직을 자진사퇴한 표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현업에 집중하기 위해 자문위원에서 빠지기로 했다. 아직은 말하기보다 듣고 배울 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정치권에 들어가자마자 발을 빼기도 했다.

이에 따라 무작정 젊은 정치인을 내세우기보다는 우리 정치문화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정치학)는 “비례대표는 원래 서유럽에서 개인 정당의 득표 향상을 위한 목적 아니라 소외된 정치계층의 정치참여 활성화를 위한 제도권 편입 수단으로 1800년대말부터 시행됐다. 우리나라는 이런 근본 취지와 달리 정당의 득표활동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흥행몰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측면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젊은 정치인이 성공하려면 정치문화개선이 선행돼야 하는데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나이와 선(選)수를 따지고 중앙당으로부터 수직상하적인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실장도 “서구는 정치인턴 등 어린시절부터 정치적 감각과 메커니즘을 학습할 수 있어서 정치권에 안착하는 데 있어 문제가 없다. 우리나라는 20대가 그런 정치적 경험 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돼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유용화 정치평론가는 “중요한 것은 정치권에서 20대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줘야하고, 기존 정당이 개방ㆍ소통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양대근 기자/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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