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은 주변에 알려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해 말도 잘 안 해요”, “담임교사나 학교는 덮으려고만 해요”, “처벌을 더 세게 하는 것이 소용 있는 대책인지 모르겠어요.”
15일 오후 서울 구로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위한 긴급 학생집담회‘에는 중ㆍ고등학생과 현직 교사 등 20여 명이 참석해 2시간여동안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심모(18)양은 “학교 폭력이 일어나면 담임교사나 학교는 덮으려고만 한다. 처벌이나 대책이 있다고 해도 피해학생은 보호를 제대로 못 받는다. 주위에 알렸다가 더큰 폭력을 불러올 수 있어 말도 잘 못 한다”고 말했다.
최모(14)군은 “일진들이 한 명만 괴롭히는 게 아니라 여러 명을 괴롭히기 때문에 한 명이 신고했는데 그냥 덮이면 원래 괴롭히던 여러 명을 한꺼번에 불러 때린다”며 “학생들이 폭력을 신고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얘기하라는 게 솔직히 소용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군은 “학부모들이 나선다고 해도 금방 학교에 소문이 퍼져 더 괴롭힘을 당한다. 학년이 올라가고 체력이 좋아지면 이전에 당했던 걸 되갚는 식으로 피해자도 폭행을 저질러 학교 폭력이 계속 순환되는 경우도 있다”며 목격담을 이야기했다.
이들은 ‘학교 폭력은 힘으로 싸우는 것인데, 학교에서도 등급을 매기며 성적으로 싸움을 붙이고 있지 않느냐’며 학교 폭력의 근본적인 원인을 되물었다.
심양은 “학교에서는 매일 ’공부해서 다른 아이를 이겨야 한다‘는 식으로 부추겨 경쟁심을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 폭력을 말리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김모(15)군도 “도덕 과목이 점수 잘 받으려고 만든 게 아닌데도 성적을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축소 수업한다. 인성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으니 학교 폭력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담회 참석자들은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을 계기로 쏟아진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자극적이고 선정적일 뿐 무책임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닌 5년 중 3년 동안 학교에는 폭력이 있었다. 늘 있었던 일인데 이제야 관심을 두는 게 이상하다”며 씁쓸해했다.
이날 집담회를 연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의 김대근(27) 운영위원은 “언론은 ‘일진들을 박멸하라’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맞는 사람, 때리는 사람 모두 피해자”라며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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