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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원유 禁輸 ‘뜨거운 감자’
美 아인혼 내한 압박…이란제재 한국의 묘수는…
한국 수입량9.7% 차지

일시중단땐 경제 큰 타격


입장유보 中 · 인도 따라하기

日처럼 협조하되 시기 조정

美정치일정보며 시간벌기등

절묘한 선택의 기로에


정부가 또 한 차례 이란 정치경제학 방정식 앞에 섰다. 정부는 우방, 비핵화, 성장이란 각종 변수로 복잡하게 얽힌 방정식을 풀어내야 한다. 정답은 말할 것도 없이 ‘국익과 실리’다. ▶관련기사 3면

2년 전 멜라트 은행에 이어 이번엔 석유다. 멜라트 은행건은 ‘원화를 통한 실질적 현물거래’라는 절묘한 변수로 풀어냈다. 이번엔 한층 더 어렵다. 이란산 석유수입 감축이란 변수 자체는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국제사회를 지배하는 ‘정치적 동맹’과 ‘경제적 실리’ 사이에서 우리 정부의 스탠스는 ‘미국과 이란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국익을 지켜내는 것’ 이외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다. 

17일 외교통상부와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를 찾은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대이란 제재 조정관 손에는 지난해 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국방수권법’이 들려 있다. 핵심은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해외 기업 등 어떤 경제주체라도 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것. 미국과 비즈니스를 계속하려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 패권국의 비정함이 담긴 문서다. 사실상 이란산 원유의 금수조치를 의미한다.

이 법안의 타깃은 이란 원유의 수입이 많은 중국 일본 인도 이탈리아 한국 등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원유수입량의 9.7%를 이란에서 들여온다. 미국은 현재 이들 나라를 돌며 이란 제재의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원유수입 감축을 요구 중이다.

이란산을 줄인다고 대체물량을 못 구하는 건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으로 수입선을 바꾸면 된다. 하지만 이란산보다 비싸다. 추가 비용이 든다. 수입물가 상승을 피할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대이란 관계다. 우리나라는 1962년 외교 수립 이후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각종 건설공사에 참여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기여한 나라이기도 하다. 이번 사태를 더욱 철저히 비즈니스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정부가 준비한 카드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대외여건 조성 전제조건’이다. 미국이 이란 압박을 위해 원유수입 감축을 주문한 나라 중 인도와 중국은 아직 확실한 입장표명을 유보 중이다. 굳이 우리나라가 먼저 나설 이유가 없다.

둘째, ‘일본 뒤따라가기’ 전략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미 이란산 원유 수입을 대폭 감축한 일본은 추가로 줄이는 게 그다지 어렵지 않은 상황이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며 “우리보다 상황이 나은 일본도 미국에 협조의 의사는 밝히면서도 원유수입 감축량이나 시기 등은 밝히지 않은 만큼, 우리도 일단은 일본의 반 발짝 뒤를 따라가는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했다.

셋째, ‘시간벌기’다. 이란은 오는 3월, 미국은 오는 11월에 각각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다. 양국의 극단적 대치가 선거를 앞두고 의도적으로 확대재생산됐다는 해석이다.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을 피할 순 없다 해도 그 폭과 시기는 조절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도 장기적인 대치가 국제유가를 끌어올려 이제 막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자국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피할 수 있고, 이란 역시 정치적 목적이 달성되면 굳이 미국과의 강경대치가 자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계산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달리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란 제재 수위를 둘러싼 미국 대표단과 우리 정부 간 협의가 오늘(17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의 구체적인 물량도 당장 결정될 가능성은 낮다. 이란 제재를 둘러싼 미국과 우리 정부의 외교전은 그래서 이제부터 시작이다.

<신창훈ㆍ윤정식 기자>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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