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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5%의 가구 ‘연봉 1000만원 실종’…왜?
가구당 연봉 1000만원 실종사건이 발생했다. 그것도 대한민국 75%의 가정, 약 3700만명이 살아가는 1400만가구에 말이다.

A 씨는 대한민국 소득 분위 상위 45~50% 수준이다. 평소 남들만큼 집에 월급봉투 갖다 준다고 생각한 A(45) 씨는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2만3000달러라는 사실을 접하고도 무심코 지나더니 어느 날엔가 문득 상념에 사로잡힌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이고 선진국들이 가입돼 있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중위권쯤 되는 우리나라인데, 왜 난 이렇게 만날 쪼들리는 생활을 하지? 친구들과 비교해봐도 나보다 잘 버는 경우도 꽤 있지만, 못 버는 가장도 적지 않은데…”라고 생각한 A 씨는 계산기를 두들겨 보기 시작한다.

“나 혼자 벌어 중학생 딸 하나 기르며 세 식구가 산다. 내 소득은 월400만원씩 연봉 4800만원이니까, 우리집 식구 셋으로 나누면, 1인당 평균 연소득은 1600만원이다. 미 달러 환율 1124원으로 환산해보니… 어? 우리집 1인당 소득이 1만4200달러네? 정부 발표로는 우리나라 1인당 소득은 2만3000달러잖아. 세계 30위권.”

A 씨는 자기가 혹시 저소득층은 아닌지 소득분위를 열심히 찾는다. “가만있자 내 봉급은 어디쯤이냐…오, 딱 중간이네. 내가 대한민국 중간쯤인데…9000달러(2만3000~1만4000달러, 약 1000만원) 어디 갔어, 응? 1000만원 어디 갔어?”

좌절을 맛본 A 씨는 추가로, 1인당 소득 2만3000달러, 즉 세 가족 기준으로 6만9000달러이고, 한화로는 연봉 7800만원이면 국내 소득상위 25%에 해당한다는 사실도 확인한다. 위정자들이 떠들고 다니는 “1인당 국민소득 선진국 수준”이라는 말은 대한민국 중간층인 A 씨 집이 아니라 자신보다 훨씬 잘 사는 가정의 얘기임을 새삼 확인한다.

A 씨는 1인당 국민소득 수치는 허상일 뿐, 국부가 최상위층에 몰리는 바람에 평균값만 올라가고 대다수 국민은 쪼들린다는 결론에 도달하면서 국부의 분배과정에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10조각 파이 7조각을 두 명이 먹다=대한민국 국민소득의 평균값은 이렇다. 소득수준 50% 중간값은 월평균소득 350만원(세전, 명목임금 기준), 연봉 4200만원. 가구당 평균인구 2.53명. 1인당 연소득 1660만원. 환율 1125원. 1인당 소득 1만4755달러. 1인당 국민소득 2만3000달러. 1인당 국민소득-중간가구소득=8245달러=928만원.

가구당 증발한 연소득 1000만원 가까운 돈이 소수의 상류층 주머니로 몰려 들어가고 결국 중산층이 붕괴하는 양극화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70%의 가장들, 앞날이 보이지 않는 2030세대의 분노가 예사롭지 않다.

편중 상황을 보자. 최근 발표된 기획재정부의 2011년 가계동향 조사(8700가구 표본)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가 총소득의 38.8%를 점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급쟁이’의 경우, 국세청이 지난해 4월에 발표한 내용을 보면 2009년 근로소득세 납부자 상위 20%가 41.3%를 먹고, 하위 20%는 8%만 가져갔다.

부동산 임대업, 자영업 이득, 봉급, 이자 수익과 연금 등 여러 분야의 소득을 모두 합쳐 납부하는 종합소득세 신고자의 소득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종소세 신고자의 총소득 90조원 중 상위 20%의 소득금액은 64조원으로 71.4%를 차지했다. 10조각의 파이 중 돈 잘 버는 영업주 두 명이 7조각을 가져가 세 개 이상씩 먹고, 나머지 3개를 가난한 자영업자 여덟 명이 나눠 한 명당 반개씩도 채 못 먹은 것이다. 1999년 483만원이던 상위 20%의 월소득은 2009년 750만원으로 수직상승했지만, 하위 20%는 306만원이었다가 10년 만에 199만원으로 급락했다. 그간 물가는 32%나 올랐는데도 말이다.

중하위층 그들은 최저임금 이하를 주더라도 일하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청소노동자들, 570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봉급생활자만큼도 못 버는 60%의 자영업자 및 그 종사자 300만명, 워킹푸어, 하우스푸어들이다.

부동산은 5%가 3분의 2 차지=자산의 편중은 더욱 심각하다. 자산은 부동산(주거용, 비주거용, 토지, 전세보증금)과 금융(예금, 주식, 계) 소유분을 말한다. 이정희 의원이 2009년 국정감사에서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패널(2000~2007년, 통상 표본 5000가구)’ 조사를 분석한 결과, 자기가 살고 있는 집을 제외한 자산의 74.8%를 상위 10%가 독점하다시피 했다. 부동산은 거의 ‘독식’ 구조이다. 잘사는 30%를 제외하고 나머지 70%의 가구에서는 살고 있는 집 이외에 부동산을 갖고 있지 않았다. 상위 5%가 부동산 자산을 64.8%나 갖고 있었다.

금융자산은 못사는 30%가구에는 아예 없었고, 가장 잘사는 5%가 절반(50.1%)을, 상위 10%가 3분의 2(66.5%)를 갖고 있었다.

소득의 지니계수(분배의 척도, 0과 1 사이의 숫자로 표시하는데 0에 가까울수록 분배가 잘 이뤄졌음을 나타냄)는 OECD 34개국 중 중상위권인 0.311이다. 하지만 자산의 지니계수는 무려 0.780(거주주택 제외)에 달한다.

소득 지니계수는 최근 10년간 비슷한 기조를 유지하지만 자산 지니계수는 계속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땅 가지면 떵떵거리는’ 우리나라에 부동산을 활용한 각종 수익활동이 활발한 점으로 미뤄, 자산을 독식하고 있는 고소득층이 자산활용에 의한 소득신고를 축소하지 않는다면, 실제 소득 지니계수는 이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지니계수 G8, 밤길 무서운 부자들=지니계수가 0.400을 넘는 ‘빅3’ 칠레, 멕시코, 터키의 부자는 늘 밤길이 조심스럽고, 국부 창출에 돈놀이(금융)의 비중이 큰 미국(0.378), 영국(0.345)은 이미 금융자본 및 양극화 반대 시위와 폭동을 겪었다. 포르투갈(0.353)과 이탈리아(0.337)는 남유럽 천덕꾸러기 신세로 신용등급이 날로 하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대다수 국민에게 더 많이 이전됐어야 할 국부가 최상위층에 편중되는 현상이 가속화하면, ‘분노의 역류’로 표현되는 폭동과 범죄 등 사회불안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나라 경제도 엉망이 된다고 경고한다. 중산층이 붕괴하면 소비시장이 급격히 위축된다. 내수시장이 침체되면 산업은 직격탄을 맞는다. 돈이 돌지 않아 경제 펀더멘털이 약해지면서 그 나라 경제는 늘 외부 약탈자의 표적이 된다.

요즘 ‘경제민주화’ 논의가 한창이다. 정치권은 재벌만이 큰 죄를 지은 양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자신들 스스로 정경유착에 가담하고 양극화를 방치한 데 대한 반성과 청산은 제대로 하지 않았고, 금융자본의 제멋대로 예대마진과 수수료, 고의인지 과실인지 부자의 탈법을 보고도 미지근한 대응을 하는 공직 관행에 대한 지적이 빠졌다. 전문가들은 제도개혁으로 할 일도 많지만, 그보다 정치, 경제 주도층의 마음가짐과 발상의 전환이 우선돼야 함을 강조한다.

평균값은 정책오류 양산…‘국민총행복지수’ 찾기=“우리(자본가)가 죄를 지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사회 통합이 빠져 망가졌다. 철 지난 자본주의 시스템이 우리를 위기로 내몰았다.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 세계 최고 권위의 자본가 경제포럼인 다보스포럼 창립자, 클라우스 슈밥 회장의 고해성사이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헤럴드경제 ‘이런 나라 물려줘서 정말 미안해’(3월 초 출간 예정) 특별취재팀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으로 인간이 행복하기 어렵다. 절제하는 시장,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구현되는 시장이 2040세대의 새로운 가치체계로 정립되어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2010년 말 국민 340만명이 참가한 연금 폭동으로 홍역을 치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평균값을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현실과 동떨어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질 것이다. 평균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불평등에 대한 얘기를 회피하는 방법의 하나다”고 참회록 같은 말을 한다. 1인당 국민소득의 맹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아마르티아 센 교수가 “자본주의는 불평등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촉구성’ 진단을 내놓은 장 폴 피투시와 함께 제안한 ‘국민총행복지수’가 하루속히 도입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함영훈 선임기자> 

/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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