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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K 뜻 못살린 ‘정몽구 재단 학자금 대출’...학생들 반응 싸늘
[헤럴드경제=김대연 기자]정몽구 재단이 저소득층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올해 초부터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는 학자금 대출이 사실상 겉돌고 있다. 성적과 무관하게 대출이 가능하고, 기존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할 수도 있는 ‘통큰 대출’이지만, 까다로운 대출 규정 탓에 정작 대학생들로 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그동안 정몽구 재단의 학자금 대출이 신규 98건(3억2500만원), 대환(기존 대출을 정몽구 재단 대출로 전환) 8건(16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봄학기부터 향후 2년간 대학생 1만3000명에게 학자금을 지원해주겠다는 목표가 무색하게 전체 대출이 106건, 총 3억4100만원 밖에 진행되지 않은 것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사재 6500억원을 출연해 세운 정몽구 재단이 지난 1월 17일 국민은행, 서울보증보험과 업무협약(MOU) 체결과 함께 시작한 학자금 대출은 지원대상 학생의 형편에 따라 재단이 이자의 절반 또는 전부를 대신 내준다는 측면에서 파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저금리의 신규 대출은 물론이고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기존 대부업체나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도 6.5%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준다. 이 가운데 3.5%는 또 재단이 3년간 내주고, 기존에 떠안고 있는 연체 이자까지 갚아준다.

그러나 대학생과 부모 1인의 신용상태가 동시에 양호해야 하고, 전환대출도 신청일 기준으로 기존 대출금이 300만원 이하(원금+이자) 이어야하는 등 조건이 무척 까다롭다. 만약 기존에 두 학기가 넘는 학자금 대출이 있는 학생이라면 전환대출 자체가 쉽지 않다. 정몽구 재단 관계자는 “1차 적격심사를 받고 통과 추천서를 은행으로 가져가 다시 검사를 받는다. 학생, 그리고 보호자의 신용이 둘다 문제가 없어야 대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4년제 대학생 3ㆍ4학년만 가능하고, 3년거치 5년 분할상환도 다소 기간이 짧다는 지적이 많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만큼 직접 비교는 힘들지만 올해 1학기에만 36만명에게 총 1조2000억원 어치 신규 학자금 대출을 진행한 한국장학재단의 경우 학점 규정(직전 학기 C학점 이상)은 있지만, 최장 10년거치 10년 상환으로 대출 기간이 길고 학생과 부모의 신용을 따지지 않는다. 한국장학재단 관계자는 “정몽구 재단이 매우 훌륭한 취지로 학자금 대출을 진행하고 있으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대출 조건이 다소 복잡하고 까다로운 것 같다”며 “조건을 조금만 조정하면 애초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sonam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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