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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빛둥둥섬 총체적 부실 드러나…
서울시 “세빛둥둥섬은 역대 민자사업 중 문제점 가장 많은 사업”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전력을 쏟았던 세빛 둥둥섬 조성사업이 무리한 밀어붙이기 공사로 절차상 하자와 부당 조항 등이 포함된 총체적 부실 속에 추진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지난 1월 말부터 5개월간 세빛둥둥섬 특별감사를 한 결과 시가 세빛둥둥섬 사업자인 ㈜플로섬과 체결한 사업협약이 지방자치법 등 법령을 무시한채 중대한 하자 속에 진행됐다고 12일 밝혔다.

감사 결과를 발표한 김상범 서울시 행정 1부 시장은 “세빛둥둥섬은 역대 민자 사업중 가장 문제점이 많은 사업일 것”이라면서 “단순히 불공정 수준을 넘어선 총체적 부실 수준”이라고 말했다.

▶불공정, 부당조항 투성…사업자에게만 유리한 사업협약=감사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와 사업시행자인 ㈜플로섬이 맺은 사업협약에는 불공정, 부당조항들이 다수 발견됐다. 협약 내용이 일방적으로 민간사업자에 유리하게 체결됐고 민간사업자 역시 수입은 누락하고 경비는 부풀리는 방법으로 의도적으로 총사업비를 늘렸다. 총사업비 증액은 무상사용 기간 연장으로 이어졌다. 시와 플로섬은 협약 변경을 통해 총 투자비를 2배 이상 증액(662억→1390억)하고 무상사용 기간을 10년(20년→30년)이나 연장했다.

절차상의 문제점도 드러냈다. 상황에 따라 사업근거법령을 ‘공유재산법’과 ‘지방계약법’ 중 하나로 바꾸면서 유리한 부분만 취했다. 지방계약법상 민자사업은 ‘총사업비 사전확정주의’에 따라 최종협약사업비를 변경할수 없지만 세빛둥둥섬은 두 차례에 걸쳐 사업협약을 변경했다. 총 사업비를 최초 662억원에서 1390억원으로 변경 증액했다.

또 공유재산법은 ‘선기부 채납후 무상사용(BTO방식), 무상사용기간 20년 이하‘로 규정하고 있지만 세빛 둥둥섬은 ‘무상사용 후 기부채납(BOT방식)과 무상사용기간을 30년’으로 늘렸다.

사회기반시설이 아닌 수익시설임에도 사업자 잘못으로 계약이 해지돼도 서울시가 사업자에 ‘해지시지급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규정도 넣었다. 또 세빛둥둥섬은 지방자치법상 중요재산 취득 및 매각시 받게 돼있는 시의회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공유재산심의위원회 심의보류 결정도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는 현 시점에서 사업협약이 해지될 경우 사업자 측에 지급해야 할 해지지급금이 1061억원에 이르고 SH공사가 투자한 128억원도 허공으로 사라지게 된다고 전했다. 김상범 행정1부시장은 “사업을 빨리 준공하려는 욕심에 절차와 규정이 완전히 무시됐다”고 설명했다.

시는 감사결과를 토대로 플로섬에 대해 운영개시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92억원을 부과하는 한편, 독소조항과 불공정 조항을 삭제ㆍ 수정할 방침이다. 또 10명 안팎으로 법률ㆍ회계 자문단을 구성해 절차상 하자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강구한다. 필요시 법적다툼도 불사한다는 각오다.

▶담당 공무원 엄중 문책…“시켜서 한 것 뿐인데…”=서울시는 이번 감사결과에 따라 당시 사업추진에 관여했던 국장급 이하 15명 공무원에 대해서도 징계조치했다. 하지만 이번 징계가 국장급 이하 공무원들에게만 초점이 맞춰져있는 만큼 최종책임자가 아닌 실무자급에게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볼멘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상범 행정1부시장은 “문서상 국장까진 절차상 문제점이 보고된 증거가 있지만 그 이상급은 보고됐는지 안됐는지 문서상에선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추가조사를 통해 뇌물수수 및 윗선의 지시 등의 부분이 드러난다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임 시장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을 뿐인데 과도한 제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특별감사는 박원순 시장이 지난 연말 세빛둥둥섬에 대한 정책 전환을 검토 중 충분논의도 없이 2차 변경협약이 체결돼 무상사용기간 연장과 총사업비 증액이 이뤄진 점에 격노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 한 관계자는 “시장이 시키는 일을 했을 뿐인데 후임 시장이 특별감사를 벌여 관련자를 징계한다는 것은 감사권의 횡포이자 남용”이라면서 “정책적 판단 자체를 문제삼는다면 어느 공무원이 현재 맡은 일을 열심히 할 수 있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세빛둥둥섬 사업 어디로?=서울시는 세빛둥둥섬 조성사업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지만 운영은 기존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김상범 행정 1부 시장은 “감사결과 조치는 운영과는 별개로 진행될 것”이라면서 “ 세빛둥둥섬은 용도변경없이 기존 계획대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세빛둥둥섬은 반포대표 남단에 위치한 9995㎡의 수상 인공섬으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 2006년 11월 “한강의 수변 경관을 살려 관광 명소로 만들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처음에는 사업비 500억원을 예상했으나, 나중에 이 액수는 964억원, 1390억원으로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2009년 9월 공사를 시작해 2011년 9월 준공됐지만 설계부실과 사업자 변경, 월세 10억원 등의 막대한 부담으로 운영업체를 찾지 못하고 현재까지 표류하고 있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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