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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화만 한 아이폰5...애플 혁신의 덫에 갇히나
[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아이폰5는 완벽한 보석(absolute jewel)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만든 제품 중 가장 아름다운 제품이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예르나 부에나 예술센터.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아이폰5를 청중들에게 소개하며 갖은 미사여구로 아이폰5를 포장했다. 팀 쿡은 “2007년 아이폰을 처음 공개했을 때 전체 산업을 통틀어 일대의 혁신을 가져왔다”며 “아이폰은 휴대전화를 영원히 바꿔놓은 스마트폰”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아이폰이 5년의 시간을 거쳐 아이폰5로 재탄생했다. 팀 쿡은 “아이폰5에 들어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우리가 이전에 작업했던 그 어떤 제품과도 차원이 다르다”라며 “아이폰 사상 가장 아름다운 제품이라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라고 말했다.

팀 쿡은 이토록 아이폰5에 자화자찬을 늘어 놓았다. 스티브 잡스의 유작인 아이폰4S까지 잡스의 영혼이 담겨 있었다면 아이폰5부터 팀 쿡 독립체제가 본격 가동된 만큼 잡스의 그늘을 벗어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분명 아이폰5는 아이폰4S와 선긋기를 했다. 외적인 모습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두께는 7.6㎜로 전작보다 18% 얇아졌고, 무게는 112g으로 역시 전작보다 20% 가벼워졌다. 그럼에도 스크린 크기는 4인치로 0.5인치 늘어났다.

하지만 아이폰5가 슬림해질 것이란 전망은 이미 수개월전부터 돌았다. 아이폰5의 실제 모습은 떠돌던 소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반면 남들이 다하는 LTE지원은 이제서야 따라왔고, 1300만 화소 카메라가 탑재되는 지금 아이폰5는 800만 화소에 그친다. 배터리 성능은 오히려 최근 경쟁사 신작보다 못하고 NFC(근거리무선통신) 기능도 빠졌다.

이런 아이폰5에 대한 반응이 냉담할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잡스의 프레젠테이션마다 등장했던 ‘하나 더(One more thing)’가 없어졌다”며 “애플은 지난 5년간 새로운 유행을 정착시키는 ‘트렌드세터’ 역할을 해왔으나 이미 경쟁사들이 내놓은 것 이외에 새로운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또 애플의 팬보이(광팬)들 사이에서도 선구자 역할을 지속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IT 전문지 씨넷은 “고객들이 애플에게 기대하는 지속적인 혁신이 없으면 애플은 매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고, 지디넷도 “아이폰은 진화했을 뿐 혁신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팀 쿡은 아이폰5가 혁신의 결정체인 양 내세웠지만 정작 외부의 반응은 이처럼 싸늘했다. 하지만 이는 아이폰5 제품 자체만의 약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애플은 미 배심원들로부터 일방적 승리의 평결을 받은 뒤 더욱 매서워진 세간의 시선을 견뎌야 했다. 소송에만 매달린다는 인상 때문에 삼성전자를 훨씬 능가했던 기업 이미지 선호도는 어느새 미국 내에서 삼성전자에 역전됐다. 아이폰5 발표 직전 경쟁사들이 굵직한 전략폰들 선보여 소비자들의 눈높이도 올라갔다.

결국 애플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혁신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진화는 했지만 혁신은 없었다. 어찌보면 그간 애플이 구축한 혁신이 한계점에 달한 것일 수도 있다. 넓게 보면 이는 전체 사각형 스마트폰이 풀어야할 숙제이기도 하다. 더 큰 혁신을 요구하는 세상에 이제 스마트폰 혁신의 숙명을 안고 있는 애플이 답할 차례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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