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불황이라며 광고도 잘 붙지 않는데, 제작단가가 비싼 드라마를 살 수 있겠어요?”
한 방송사 드라마국 관계자의 토로다. 장동건이 ‘신사의 품격’에 출연할 당시 회당 1억원, 총 20억원을 출연료로 챙겼다고 하니, 드라마 제작 관련 종사자들은 또 한 번 힘이 빠진다.
스타 배우의 몸값, 스타 작가의 고료 상승 문제는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지만, 지난해 말 종합편성채널 등장 이후 폭등에 가까울 정도로 치솟고 있다. 지난해 ‘천일의 약속’ 출연배우는 1억원에 가까운 출연료를 받아 연예계를 깜짝 놀라게 했고, ‘아시아의 프린스’는 상반기 출연 드라마에서 회당 1억5000만원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배우 수요(방송사)는 늘었는데 공급은 제한돼 출혈경쟁이 빚어진 결과다.
배우 몸값 상승은 고스란히 드라마 제작비 인상과 콘텐츠의 지나친 상업화, 수출단가 상승 등으로 이어져 한류 드라마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에 따르면 방송사가 시청률 15% 이상을 내는 시청률 1위 미니시리즈를 사는 가격은 회당 3억5000만~4억5000만원에 이른다. 단순 계산해 장동건은 제작사 방송 판매수익의 4분의 1 이상을 떼 간 셈이다.
최근 TV 광고시장 여건에서 드라마 방영 앞뒤로 붙는 광고는 완전 판매되긴 쉽지 않다. 시청률 2위만 돼도 80%가량만 판매된다. 때문에 방송사는 구매단가를 높여주기 쉽지 않고, 제작사는 그 대신 간접광고, 협찬 등을 통해 제작비를 충당하려든다. 이는 과다 간접광고로 이어진다. 간접광고는 드라마 대본 내용까지 좌우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시청자는 장동건 출연 드라마 한 편을 보기 위해 수많은 광고에 노출돼야 한다. 반면 스타는 드라마 한 편의 성공으로, 훨씬 더 두둑한 광고출연료를 챙겼다.
제작비가 상승하면 해외시장에서의 판매 단가도 자연스레 높아진다. 방송수출 담당자들은 최근 들어 한국드라마의 판매단가가 높아져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드라마 수입을 주저하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조심스러워한다. 과거 동남아 시장을 주름 잡던 일본드라마 역시 이런 이유로 한류 드라마에게 자리를 내줬던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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