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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신소연> 안팎으로 치이는 해운사들의 읍소
최근 한국의 A 해운사는 업계 최초로 호주 설탕업체로부터 호주 내 원당 운송권을 따냈다. 이번 계약은 호주 북부에서 남부로 연간 10만t의 원당을 수송하는 것. 호주와 한국 간 연간 70만t의 원당이 운송되는 점을 참작하면 비교적 대규모 수송 계약인 셈이다.

A 업체는 이번 계약을 시작으로 호주 국내 수송 물량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봐 기대감이 큰 계약이었다.

하지만 A 업체는 원당을 배에 실어보지도 못하고 계약을 파기 당했다. 계약 소식을 들은 호주 해운사가 이의제기를 했기 때문이다. 이에 A 업체의 원당 수송건은 수송 비용이 배가량 비싼 자국 선사에 넘어갔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각국의 보호주의적 분위기가 심화되면서 이러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조선, 해운 등 기간산업을 중심으로 자국기업 감싸기 움직임이 거세진 상황이다.

A 업체가 호주 해운사에 계약을 뺏긴 이유도 바로 호주 정부의 해운업 보호정책 때문이다. 호주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호주 해운업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외국 선사가 호주 국내 수송 계약을 하려면 수의계약이 아닌 공개입찰을 통해 이뤄져야 하며, 입찰에는 반드시 자격 요건을 갖춘 국내 선사가 포함돼야 한다. 만약 입찰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재심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A 업체는 설탕회사와 수의계약을 통해 원당 수송계약을 따냈지만, 결국 호주 해운사의 이의 신청으로 계약을 파기 당한 것이다.

호주뿐만이 아니다. 해양 대국인 중국과 일본도 자국 기업 감싸기가 심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중국 원유 수입의 50%를 자국 선대를 이용하겠다는 장기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일본은 정부 정책뿐 아니라 재계 분위기까지 자국 기업을 보호 경향이 팽배하다. 정부 제재가 아니더라도 기업들은 자국 기업과의 계약을 선호하고 있다. 심지어 외국기업에 발주를 한 기업은 재계에서 왕따를 당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일본 내 대기업들은 국제 물류계약과 관련, 자국 선사에만 입찰제한요청서(RFP)를 보내 계약 자체가 비밀리에 진행된다. 일본 선사들 역시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일본 내 조선소에만 선박을 발주한다. 물론 일부 선사는 한국 조선소에 선박 건조를 맡기기도 하지만 이는 일본 조선소가 만들 수 없는 배인 경우가 많고, 그마저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입단속을 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사정은 어떨까. 아직 우리나라는 기간산업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아 외국 선사나 조선사들이 국내 물량을 다수 가져가는 상태다.

한국남동발전 등 한국전력 5개 자회사는 석탄 수입량의 25%를 일본계 선사에 맡기고 있다. 또 최근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7월 중국 조선사에 4억 달러 규모의 원통형 FPSO(원유 생산ㆍ저장ㆍ하역 설비)를 발주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외국입찰에 참여하기 어려운 데다 국내에서도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사기업은 몰라도 공기업은 기간산업 보호에 대한 개념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신소연 자>
/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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