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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호의 전원별곡]‘힐링 하우스’신한옥<2>국산 나무와 황토로 만드는 저렴하고 건강에 좋은 ‘서민 신한옥’
<2>국산 나무와 황토로 만드는 저렴하고 건강에 좋은 ‘서민 신한옥’
우리 한옥은 지금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기존의 값비싼 전통 기와한옥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첨단 가공기술을 접목한 재료의 모듈화·표준화를 통한 ‘반값 한옥’의 개발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초가집, 귀틀집, 너와집 등 전통의 서민한옥을 아우르면서도 역시 모듈화·규격화를 통해 기존의 전통 기와한옥에 비해 ‘1/3값’을 실현한 ‘서민 신한옥’도 등장했다.

이번 칼럼을 통해 기획 시리즈로 소개하는 서민 신한옥은 정부가 ‘건축 한류’ 차원에서 진행 중인 ‘반값 기와한옥(정부에서는 이를 ‘신한옥’이라고 부르고 있다)’과는 궤를 달리한다. 서경석 신한옥연구소장(부동산학박사)이 지난 20여 년간 국산 나무와 황토 등의 자연재료를 사용해 지어온 새로운 서민 한옥을 지칭한다.

#기와 신한옥, 여전히 비싸 서민엔 ‘그림의 떡’

서민 신한옥은 현재 ‘신한옥’이란 이름을 내걸고 있는 현대식 퓨전한옥 및 개량한옥과 일면 비슷하면서도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 비슷한 점은 둘 다 전통 한옥에서 벗어나 현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고 과학을 접목시켜 만들어낸 진화한 ‘신한옥’임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즉, 전통 기와한옥의 단열 등 단점을 보완하고 모듈화·표준화를 통해 가격을 낮추고자 하는 것이 신한옥이라면, 전통 기와한옥 뿐 아니라 초가집 귀틀집 등 서민 한옥까지 아우르면서 단점은 보완하고 역시 모듈화·표준화를 통해 가격을 낮춘 것이 서민 신한옥이다.

이 서민 신한옥은 건강에 좋고 살기 편한 집, 가격이 착하고 자연미가 넘치는 집을 지향한다. 신한옥(퓨전한옥, 개량한옥)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신한옥은 여전히 가격 부담이 크다. 정부가 용역을 줘 진행 중인 반값 신한옥의 목표 가격은 3.3㎡(1평)당 600만~700만 원대다. 이는 고급 주택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수요자들이 희망하는 건축 평당가인 300만~400만 원대 보다 거의 배가량 비싸다.

서민 신한옥은 가격이 3.3㎡(1평)당 400만 원대로 고급 전통 기와한옥과 단순 비교할 때, 신한옥의 ‘반값’ 보다도 싼 ‘1/3값’이다. 여기에 버려지는 국산 통나무를 이용해 목재의 모듈화·규격화를 더욱 진전시키고, 앞으로 황토 벽체 시공의 부분적인 기계화를 이뤄낸다면 이를 3.3㎡(1평)당 300만 원대까지 낮출 수 있다.

착한 가격에 더해 서민 신한옥은 우리 한옥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인 한국적 자연미를 국산 통나무와 황토를 주재료로 그대로 살려냈다. 외형상 ‘통나무황토집’이라고 보면 얼추 맞다. 그러면서 기존 한옥에 대한 부정적 인식 즉, 가격이 비싸면서 단열이 안 되고 불편하며 관리가 어렵다는 단점을 개선했다.

서민 신한옥은 기존의 많은 통나무흙집과 비교해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 그 주된 밑바탕은 과학의 접목이다. 기계식 모듈화·표준화를 통해 가격은 낮추고 단열·기밀 등 주거 성능은 높였다. 자재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고 공사기간은 단축되었다. 또한 이질재인 나무와 흙의 결합에 대한 반복적인 연구 및 실험을 통해 새로운 궁합을 찾아냈고, 그 결과 건강한 집, 자연미가 뛰어난 집을 만들어냈다.

국산 나무와 황토로 짓는 서민 신한옥은 건축비가 저렴하면서도 건강에 좋은 ‘힐링 하우스’다. 사진은 강원도 인제에 들어선 3세대 서민 신한옥의 시공 장면. 40㎝ 크기의 일정한 규격으로 표준화한 통나무벽돌을 황토와 함께 쌓아 벽체를 완성한다.

#한국적 자연미를 그대로 살려낸 ‘1/3값 한옥’

서민 신한옥은 단지 “옛것이 좋다”고만 부르짖지 않는다. 오래된 한옥 고택 가운데 비바람을 막기 위해 벽체 주변을 비닐로 덧댄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단열과 기밀이 좋은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10㎝ 안팎에 불과한 전통방식의 벽체로는 결코 살기 좋은 집을 구현할 수 없다.

서민 신한옥은 옛것을 받아들이되 그것을 뛰어넘은 신개념의 한옥이다. 옛 장점은 그대로 살리고, 현대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살기 편한 집을 추구한다. 그래서 지붕의 재료도 친자연적인 너와를 비롯해 기와 등을 다양하게 사용한다. 현관문이나 창호 역시 단열 및 성능이 뛰어난 최신 제품을 접목시킨다. 특히 주재료 중 하나인 나무는 수입목이 아닌 국산 나무를 사용하는데 옹이와 굴곡 등의 자연미를 그대로 살려냈다.

서민 신한옥은 지난 20여년 간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모듈화·규격화를 이뤄내고, 이를 통해 가격을 낮추고 공정을 단축시켰다. 기존의 많은 통나무흙집은 자가 노동이나 품앗이 형태로 주로 손과 발, 그리고 어깨로 하는 건축이어서 인건비 부담이 만만찮았다. 그러나 서민 신한옥은 재료 가공에서부터 실제 시공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 기계화를 이룩했다. 관련 특허만 15개에 이른다. 또한 국산 통나무를 100% 활용하는 아이디어와 기술 개발을 통해 벽체의 기능을 향상시켜 뛰어난 단열성능을 자랑한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친환경 건축물이다. 그 결과, 주거기능과 편의성은 향상시키고 건축비와 유지비는 다운시켰다.

서민 신한옥은 지난 20여 년간 1세대(각재+황토)부터 3세대(통나무벽돌+황토)에 이르기 까지 진화를 거듭해왔다. 지난 2012년 완성된 3세대 서민 신한옥은 1~3세대를 모두 아우르는 성과물이다. 미래형 4세대 신한옥도 준비하고 있다.

사실 우리 한옥은 과학적인 목재 구조물이다.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조립식 가구구조로 건축되며, 이를 표준화해서 대량생산체계를 갖출 수 있는 과학적인 면도 가지고 있다. 이렇게 한옥이 여러 가지 뛰어난 과학적 특징과 장점이 있음에도 안타깝게 문화재로만 인식되면서 그 고유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서민 신한옥은 이런 전통 한옥의 과학성을 재발견해 이를 실제화한 것이다. 한옥을 현대화 하면서 기존의 단점을 보완해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서민 신한옥 연구의 산실 역할을 한 홍천의 서경석 신한옥연구소. 각종 통나무 자재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 숨 쉬는 ‘건강한 집’

실제 생활함에 있어 주거용 건물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살아 숨 쉬는 집이다. 주택의 실내 공기는 매 2시간마다 교환이 되어야 하고, 그러면서 단열 역시 잘 되어야한다. 기존의 통나무집이나 흙집의 통기성을 획기적으로 개량한 것이 바로 3세대 신한옥이다.

이 서민 신한옥의 지붕은 너와와 기와 등을 두루 사용한다. 물론 벽체 등 몸체의 주재료는 국산 나무와 황토다. 그런데 그 목재는 뭔가 특이하다. 굵기가 일정치 않고 심지어 울퉁불퉁하다. 길면 긴대로 짧으면 짧은 대로 버리는 게 없다. 표준화·모듈화를 통해 자투리 목재까지도 모두 활용한다. 심지어 가공하다 남은 목재 슬러지도 황토를 버무릴 때 넣는 지푸라기 대신 재활용한다.

서민 신한옥은 지금까지 전국에 걸쳐 20여 채가 지어졌다. 가장 진화한 3세대의 대표작은 내린천 상류로 잘 알려져 있는 인제군 상남면 미산리 미산계곡에 들어서 있다. 그런데 그 외관과 재료가 매우 독특하다. 일단 지붕을 기와가 아닌 너와로 엮었다. 또 건물 본체의 벽면도 나무와 황토를 재료로 사용했는데, 나무의 쓰임새와 황토 역시 이전의 통나무흙집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 3세대 신한옥은 아예 벽체에 쓰이는 목재를 40㎝(일부 60㎝) 길이로 표준화했다. 이를 황토와 섞어 쌓으면서 벽체를 완성한다. 일종의 ‘통나무벽돌’인 셈이다. 이 통나무벽돌은 절단된 부위가 벽체의 안과 밖에 위치하도록 시공한다. 다시 말해 벽체의 두께가 40㎝가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시공은 나무의 통기성 때문이다. 나무의 물과 영양분이 위아래로 이동하는 것처럼 목재의 통기 역시 위아래로 움직인다. 이렇게 시공하면 통기성이 좋아지면서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한옥의 진가가 발휘된다.

황토 역시 색다르다. 서민 신한옥에 쓰이는 황토는 지푸라기 뿐만 아니라 목재 슬러지, 야자껍질, 팜나무껍질 등 건강에 좋으면서 벽체구조를 튼튼하게 하는 각종 천연재료를 재활용한다. 요즘 볏짚은 소의 먹이로 사용되기 때문에 구하기 어려운 데다 지푸라기 보다 훨씬 질겨 수명이 오래가기 때문이다. 또 강원도 등 추운 지역에 지을 경우에는 황토에 작은 알갱이 스티로폼을 섞어 통기성을 유지 하면서 단열의 성능을 높인다.

이렇듯 서민 신한옥은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반복적인 연구와 실험, 그리고 실제 시공을 통해 진화를 거듭해왔고, 결국 3세대 들어 ‘살아 숨 쉬는 집’이라는 성과를 일궈낼 수 있었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칼럼리스트,cafe.naver.com/rmnews)
<도움말 주신분: 서경석 부동산학박사.신한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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