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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제복지원’ 그 추악한 이야기
25년전 인권유린 참혹한 현장
생존자 한종선씨 책으로 발간



1984년, 당시 9살이던 한종선(37·사진) 씨는 영문도 모른 채 누나와 함께 검은 지프차에 태워졌다. 구두닦이를 하던 아버지ㆍ누나와 함께 가난하지만 오붓하게 살았던 아이였다.

지프차 안에서 ‘집에 가고 싶다’고 울먹였지만 돌아온 것은 매질이었다. 그러나 이 매질은 시작에 불과했다. 한 씨가 끌려간 곳은 부산에 위치한 ‘형제복지원’이라는 곳.

겉으로는 사회복지시설임을 내세웠지만 일상적으로 인권유린이 벌어지는, 지옥보다 못한 곳이었다.

복지원은 소대 단위로 편제돼 중대장ㆍ소대장ㆍ조장의 서열로 관리된 ‘군대’였고 ‘수용소’였다.

선착순ㆍ한강철교 등 기합은 물론, 욕설과 구타가 매일 이어졌다.

12살짜리 누나는 성적 유린을 당하고 정신을 놓았다. 아버지도 한 씨 누이가 입소하고 얼마 후 복지원으로 들어왔지만 곧 정신분열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복지원 주변에는 새로운 무덤이 계속 늘어났다. 10년간 513명의 원생들이 죽어 나갔고 그 중 상당수의 시체가 대학병원 등에 해부용 시신으로 제공됐다. 1987년 형제복지원의 실상이 세상에 알려진 후에야 한 씨는 그곳을 탈출할 수 있었다. 25년의 세월이 흐른 지난 27일 오후 한 씨는 그날의 기억을 ‘살아남은 아이’라는 책을 통해 세상에 알렸다.

한 씨는 “형제복지원의 이야기는 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사회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말했다.

한 씨는 “당시 3000명이 넘는 형제복지원 원생 중 장애인이나 정신병자는 500명 남짓했고, 대부분이 자신과 같이 저소득층이나 떠돌이ㆍ행려병자 등 전두환 정권의 사회정화라는 명목으로 붙잡혀 온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형제복지원의 진상을 제대로 알리는 것은 물론,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존재하는 복지시설의 비리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서상범 기자/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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