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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민족 ‘희로애락’ 담긴 아리랑, 전 인류의 유산으로
[헤럴드경제=박동미 기자]1941년 미국 언론인 님 웨일즈가 독립운동가 김산의 생애를 정리해서 출간한 책의 제목은 ‘아리랑(Song of Ariran)’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위문공연을 온 재즈 연주자 오스카 페티포드(1922~1960)는 통역병의 아리랑 휘파람 소리를 듣고 ‘아디동(아리랑) 블루스’를 만들었다. 1958년 출시된 국내 최초의 필터 담배는 아리랑. 1970년대에는 아리랑 상표의 성냥갑도 크게 유행했다. 조선말 우국지사 황현의 ‘매천야록’에는 고종과 명성황후가 밤새도록 아리랑 공연을 즐겼다는 기록이 있다.

‘아리랑’은 그 자체로 우리민족의 ‘희로애락’이고, 한국 대표 브랜드다. 한국인은 누구나 전통민요 ‘아리랑’과 함께 살고 있다. 어떤 아리랑은 구슬프고, 어떤 것은 신명난다. 백두산부터 한라산까지 한반도 곳곳에서 들리는 구성진 노랫가락 아리랑이 이제 전 인류의 유산이 됐다. 

문화재청은 6일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에 최종 등재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국은 총 15건의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한국은 2001년 등재된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을 시작으로 판소리, 강릉단오제, 남사당놀이, 처용무, 태껸, 줄타기, 한산모시짜기 등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올렸다. 

학교에서 장구 리듬에 맞춰 전통민요 아리랑을 가르치는 모습.

이번 아리랑 등재 결정에는 세대를 거쳐 재창조되고 다양한 형태로 전승되는 아리랑의 ‘특별함’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심사대상에서 제외됐던 ‘정선아리랑’이 특정 지역의 아리랑이라고 한다면, 이번에 등재된 아리랑은 한반도 전역에서 들을 수 있는 후렴구가 같은 일련의 노래군으로 전 국민의 아리랑이다. 이번 등재는 무형유산 전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무형유산 보호를 위한 국내 법제도 수립과 조직체계 개선에도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인류무형유산 등재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2009년 등재 신청한 ‘정선아리랑’은 국가별 할당건수 제한으로 심사대상에서 제외되면서 2년간 답보상태에 머물렀다. 게다가 지난해 6월 중국이 조선족의 아리랑을 국가 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해 아리랑을 이용한 ‘동북공정’ 시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시청 앞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아리랑 곡조에 맞춰 한국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아리랑을 북한과 공동 신청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남북 대화창구가 닫히면서 이 또한 무산됐고, 결국 올해 6월 남한 단독으로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다.

달라진 것은 기존 ‘정선아리랑’에 국한했던 아리랑이 아니라 후렴구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를 가지고 있는 일련의 노래군으로의 범위 확대다. 지역과 시대 제한이 없는 성격을 살려 북한은 물론이고 조선족 등 해외 동포가 전승해온 아리랑까지 모두 포괄한다. 이를 계기로 그 종류만 1000여개, 노랫말은 3000개 이상이 보고되고 있는 아리랑의 전승 활성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중국도 아리랑을 국가 무형유산으로 지정했지만, 아직 국내에선 법적 장치 미비로 ‘정선아리랑’만이 강원도 무형문화재 1호로 지정돼 있을 뿐이다. 

1926년 제작된 나운규 감독의 아리랑 영화 포스터.

문화재청은 아리랑을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2017년까지 총 336억원의 예산을 들여 ‘아리랑 아카이브’ 구축을 비롯해 아리랑 전시, 국내외 정기공연, 학술조사와 연구지원, 해외 강사 파견 등에 나선다. 뿔뿔이 흩어져 있는 아리랑 관련 자료를 수집해 구축되는 ‘아리랑 아카이브’는 내년 9월 개관 예정인 ‘국립무형유산원’을 통해 국민에게 서비스된다.

이번 인류무형유산 등재로 중국이 자국 유산으로 지정한 조선족 아리랑도 우리 유산의 일부가 됐다. 아리랑을 아끼고 세계가 흥얼대는 노래로 더욱 발전시키는 과제가 이제 우리에게 남았다.

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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