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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 UP & DOWN 스타들> 만년 유망주서 ‘국민거포’ 로…돈 · 명예 다 잡았다
④ ‘인생역전 홈런포’프로야구 넥센 박병호
올 31홈런·105타점·장타율 ‘3관왕’
연봉 6200만원서 2억대 수직상승

선구안·2년차 징크스가 최대과제
“2군선수들에 희망 줬으면 좋겠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그가 프로야구 최고의 자리에 오르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올해 그는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만년 유망주였던 박병호는 올시즌 31홈런-105타점에 장타율까지 3관왕에 오르며 시즌 MVP를 거머쥐었고, 6200만원이었던 연봉은 2억2000만원으로 무려 254.8%가 뛰어올랐다. 프로야구 넥센의 4번타자 박병호(26). 본인 스스로는 인생역전을 이뤄냈고, 이제 음지에서 눈물젖은 빵을 씹는 많은 선수들은 그를 롤모델로 삼아 꿈을 꾼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고사가 박병호처럼 어울리는 선수가 있을까.

LG시절 그는 숱한 유망주, 미완의 대기 중 한명에 불과했다. 성남고 시절 4연타석 홈런을 치며 계약금 3억3000만원을 받고 화려하게 프로야구 무대를 밟은 것이 2005년. 하지만 스스로의 능력과 잠재력을 펴지 못했다. 심리적 부담이 없는 2군에서는 펑펑 홈런을 치다가도 막상 1군 무대에 서면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어이없는 볼에 헛스윙을 하고 고개를 숙이기 일쑤였다.
 

하지만 수년 째 4강진출에 목 말라있는 구단이 그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는 어려웠다. 그렇게 박병호는 잊혀져갔다. 상무에서 군 문제를 해결하고 2008년 돌아왔지만 그의 자리는 없었다. 야구를 그만둬야하는 것 아닌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지난해 8월. 트레이드 마지막날인 31일, 4강진출이 목전에 다가온 LG는 마무리 투수를 영입하기 위해 박병호를 넥센에 내줬다. 이것이 그에게 찾아온 천금같은 기회가 됐다.

김시진 감독(현 롯데)은 뛰어난 장타력을 갖고도 볼을 맞추기에 급급해진 박병호에게 마음껏 스윙하라고 짐을 덜어줬고, 이는 거포 박병호를 탄생케했다. 그해 생애 처음으로 두자릿수 홈런(13개)을 때려낸 박병호는 자신감을 찾았다. 물론 약점은 있었다. 낙차 큰 변화구를 골라내지 못해 삼진이 볼넷의 3배에 달하는 선구안이 문제였다. 하지만 박흥식 코치의 집중조련으로 선구안을 가다듬었고, 이는 박병호를 업그레이드시켰다.

2할대 초반에 머물던 타율은 2할9푼으로 뛰어올랐고, 볼넷, 홈런, 타점, 도루 등 전 부문에서 LG시절의 기록을 압도했다. 이택근 강정호와 함께 클린업트리오를 이룬 박병호의 존재는 넥센타선을 누구도 만만히 볼 수 없도록 만들었다.

박병호는 지난 달 열린 페넌트레이스 시상식에서 지나간 시절을 돌이키며 “내가 2군선수인가라는 자책을 많이 했다. 하지만 넥센으로 이적된 것이 선수생활의 전환점이 됐다”며 “2군 선수들에게 내가 희망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넥센은 올시즌 박병호와 강정호의 활약에 힘입어 4강진출에 바짝 다가섰지만 아쉽게 6위로 마감했다. 그러나 20대 중반을 갓넘긴 팀의 4번타자를 찾아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해가 됐다. 넥센은 최근 연봉 협상에서 박병호와 마주 앉자마자 무려 220%가 넘는 대박연봉을 안겨주며 자존심을 세워줬다. 지난해까지 ‘선수 팔아 연명하는 부실 구단’이라는 이미지는 온데 간데 없었다. 적어도 박병호에게 넥센은 금전과 명예를 모두 얻게 된 기회의 땅이 됐다.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잡았다. 이제 그것을 놓치지 않아야한다. 올해 그의 야구인생이 새롭게 시작했다면 내년부터는 거포 박병호의 역사를 써나가야한다. 어찌보면 박병호에게는 내년이 2년차 징크스같은 위기의 해가 될 수도 있다. 설마 설마하다 일격을 맞았던 다른 팀 투수들은 내년에는 훨씬 더 까다로운 볼로 승부를 해올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선구안도 더 날카롭게 벼려야하고, 훨씬 줄어들 실투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도 높여야한다.

박병호는 연봉 재계약을 맺은 뒤 “기쁨보다는 내년 시즌을 생각하면 책임감이 앞선다”며 “이제 시작일 뿐이다. 올 시즌보다 더 많이 땀 흘리고 노력해서 내년에는 반드시 팀을 4강으로 이끌겠다”고 결연한 각오를 보였다.

특급유망주에서 만년 유망주로, 음지의 2군선수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1군의 최고 타자로 거듭난 박병호. 고통속에 보낸 지난 시간이 그가 더욱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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