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발표된 ‘신(新)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계’는 35년 만의 대수술이었다. 1978년 도입된 수수료 체계의 불합리성을 적출하기 위해 금융위와 금감원, 여전협회가 공동으로 메스를 들이댔다.
이달 22일 법 적용을 코앞에 둔 요즘 업계는 홍역을 앓고 있다. 수수료가 인상된 가맹점과 카드업계가 연일 갈등을 빚고 있지만 막상 ‘집도의’인 금융 당국은 수수방관하고 있어 업계의 불만이 쏟아진다. 최근 몇 주 사이 손해보험사들을 필두로 해서 의료업계, 통신업계 등이 30% 가까이 인상된 수수료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제도 보완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12일에는 건강보험공단이 4대 사회보험료의 카드 수수료율 인상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금융 당국에 제출했다.
갈등의 중심에는 업체들의 이해관계가 있지만, 새로운 체계 도입에 따른 실수와 허점들도 논란을 증폭시켰다.
실제로 연매출 2억원 미만 중소 가맹점들은 지난 9월 우선 시행된 우대 수수료율(1.5%)을 적용받던 중 일부 매장의 매출이 2억원을 넘기면서 2%가 넘는 수수료율을 재통보받았다. 여전협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혼선이 있었다”며 일부 가맹점에 대해 새 수수료 체계 적용을 유예했다. 수수료율 책정 기준이 ‘업종’에서 ‘매출 규모’로 바뀐 데 대해 마진의 고려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잡음들이 끊이질 않지만 이해관계가 걸린 당사자들만 고군분투할 뿐, 금융 당국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법에 정해진 대로 하면 된다”며 원칙을 강조할 뿐, 법이 적용되기까지 과정에 대해서는 일체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문제는 이 같은 당국의 태도가 수수료 체계 개편안 전체에 대한 불신과 오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새로 도입된 수수료 체계는 대형 가맹점에 기울어진 힘의 논리에 균형을 잡기 위해 도입됐다. ‘양극화 해소’라는 시대적 과제에 걸맞은 변화이기도 한다. 계속해서 들리는 잡음과 오해는 개편안에 대한 평가절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진정한 변화는 ‘계획’이 아니라 ‘적용’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계획이 현실에 잘 적용되기까지는 계획에 들인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금융 당국의 수수방관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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