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 선진국의 원조로 먹고살던 최빈국 출신 소년이 세계은행의 수장이 됐다. 한국계 김용(53) 미국 다트머스대 총장이 지난 4월 세계은행 차기 총재로 선임됐다. 66년 동안 백인이 독식해온 세계은행이 처음으로 공개경쟁을 거쳐 선택한 인물이다.
5살 때 치과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하버드대 의대에 입학하는 등 교민사회에서 손꼽히던 수재였다.
1980년 중반 아이티를 방문하면서 그의 삶은 ‘사회 정의’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송두리째 바뀐다. 아이티 빈민들의 삶에 깊은 충격을 받은 그는 이후 20년 동안 하버드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국제 의료활동에 앞장섰다. 2004년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국장을 맡았고, 2006년 타임 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꼽혔다. 2009년 미국의 명문 다트머스대 총장에 임명돼 미국 아이비리그 역사상 첫 아시아인 총장이 됐다.
전문가들은 김 총재가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세계은행의 변화를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자영 기자/nointeres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