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맹장을 더 빨리 무대 위로 이끌어냈다. 6월 7일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으로 발탁된 것은 예상된 인사였다. 최 실장은 부드러운 눈매에 온화한 인상이지만 삼성 CEO 중에서 가장 추진력이 강한 ‘저돌적 리더십’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2006년 보르도 LCD TV로 소니를 제치고 34년 만에 전 세계 TV시장을 석권한 일등공신이다.
이건희 회장이 제2의 신경영에 준할 정도로 고강도 혁신을 주문한 상황에서 이를 그룹 곳곳에 심고, 최고조에 달한 긴장감을 전파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인물로 꼽힌다. 최 부회장 선임을 두고 그룹 안팎에선 이 회장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긴급카드를 꺼내들었다고 해석했다. 이 회장이 위기의 진앙지 유럽 사정을 직접 살피고 온 직후 그룹 컨트롤타워에 변화를 준 것은 그만큼 세계 경제와 삼성을 둘러싼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애플과의 소송, 상속 관련 소송, 신성장동력 확보 등 굵직한 난제들이 산적한 가운데 이를 정면 돌파해낼 강력한 리더십과 전략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자영 기자/nointeres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