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연령 높아져 저출산·고령화 심화
먹고살기 어려워지면서 적령기 놓쳐
나이들수록 ‘화려한 싱글’과 거리감
3명중 1명이 월세…주거형태도 열악
취업이 어려운 탓에 젊은 남녀의 결혼이 늦어지고 있다. 부모 품에서 떠나 1인 가구를 형성하는 젊은 남녀가 혼자 사는 기간은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들이 아이를 낳더라도 한두 명. 세계 최저 수준의 우리나라 출산율은 이를 잘 보여준다. 하나뿐인 아이도 언젠가는 부모 곁을 떠날 터. 이 아이의 결혼연령이 지금보다 더 올라간다면 혼자 사는 기간은 부모 때보다 길어질 것이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혼자인 운명이다.
자녀가 떠난 가정은 부부만의 ‘빈 둥지’가 돼 버렸다. 부부는 언젠가 배우자와 사별하게 된다. 혼자 사는 사람은 또 추가된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혼자 사는 법에 익숙해지고 있다.
▶혼자에서 혼자로 마감하는 인생=2010년 11월 기준 우리나라 1인 가구는 414만2000가구로 10년 전인 2000년에 비해 191만8000가구(86.2%)가 증가했다. 1인 가구가 전체 가구(1733만9000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9%. 올해 1인 가구는 25.3%로 추정되는데, 2인 가구(25.2%)나 3인 가구(21.3%)보다 높다.
생애주기별로 살펴보자. 우리나라 남자의 76.8%는 형제가 없거나 하나인 상태에서 태어난다. 여자 아이의 77.3%도 이 경우에 해당된다. 대부분 독자이거나 형제가 한 명뿐이란 설명이다.
남녀 모두 18세가 되면 취학이나 취업으로 부모 곁을 떠나면서 1인 가구가 될 확률이 급격히 증가한다.
남성의 1인 가구 비율은 결혼 직전인 28세에 정점(17.3%)을 찍고 감소한다. 여성은 두 차례 최고점을 기록한다. 여성은 26세(13.0%)에서 1차 정점에 도달한 뒤 결혼과 출산으로 1인 가구가 감소했다가, 배우자와 사별하면서 79세(36.9%)에 2차 정점을 보이는 쌍봉 패턴을 나타낸다.
저출산ㆍ고령화로 남녀 모두 1인 가구로 지내는 기간은 길어지고 있다.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1인 가구 비중의 정점은 2000년 27세에서 2010년 29세로 늦춰졌다. 1인 가구 증가로 자식을 내보내고 부부만 지내는 빈 둥지 기간의 정점도 같은 기간 69세에서 79세로 크게 늦춰졌다.
▶미혼이 1인 가구 양산=1인 가구 양산의 주된 원인은 미혼이다. 먹고 살기 어려워지자 결혼을 미루면서 적령기를 놓친 것이다. 심화한 개인주의로 결혼을 아예 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2010년 기준 1인 가구 중 ‘미혼’이 184만3000가구(44.5%)로 가장 많고, ‘배우자가 있는데도 혼자 사는’ 가구도 53만4000가구(12.9%)에 달했다. 이어 사별 120만8000가구(29.2%), 이혼 55만6000가구(13.4%) 순이었다.
1인 가구는 10년 전보다 191만9000가구가 늘었는데, 이 중 미혼이 88만7000가구로 전체 증가분의 46.2%를 차지했다. 연령별로 25~34세가 36만2000가구, 35~44세는 27만8000가구가 늘어 미혼 1인 가구 증가분의 다수를 점했다.
배우자와 사별해 1인 가구가 된 경우도 10년 사이 42만7000가구 증가했다. 사별의 경우 대부분은 65~74세(13만가구), 75~84세(22만9000가구) 등 고령층에 집중됐다. 이혼으로 인한 1인 가구는 같은 기간 33만8000가구 늘었다.
▶화려한 싱글 ‘글쎄’=2010년 1인 가구주의 직업 중 가장 많은 것은 경영 관련 사무원(7.2%)으로 조사됐다. 2~7위는 소득이 상용근로직에 비해 대체로 낮은 작물재배종사자(6.4%), 매장판매종사자(6.0%), 주방장(3.7%), 자동차운전원(5.1%), 음식서비스종사자(2.5%), 청소원(2.5%) 등이었다.
1인 가구 가운데 고령자 상황은 특히 열악했다. 전체 1인 가구의 37.2%가 대졸이지만, 64~74세의 42.3%가 초등학교 졸업이고 75~84세 연령대에선 무학 비중이 50.7%나 된다. 낮은 학력 때문에 직업을 얻을 기회도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분석된다.
1인 가구의 주거형태는 열악해졌다. 1인 가구 3명 중 1명(34.4%)은 보증금 있는 월세에 살고 있는데, 그 비중이 10년 새 14.4%포인트(97만3000가구)나 확대됐다. 자기 집을 보유한 비율은 2000년 32.6%에서 2010년 31%.9%로 소폭 하락했다.
연령별로는 55세 이상에선 자기 집을 보유한 이들이 가장 많고, 54세 이하 연령층에선 보증금 있는 월세가 주된 형태였다.
거처의 종류별 변화 추이를 보면 오피스텔에서 사는 1인 가구가 1417.3% (14만2000가구)나 늘어 가장 큰 변화를 보였다. 15~21세의 6.1%, 22~24세의 5.0% 등 청년층 일부는 고시원, 임시막사, 비닐하우스 등 ‘주택 이외의 거처’에서 살고 있었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