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새 대상자 1.5배 급증
금리할인 마케팅 등 대폭 축소
수수료 개편 악화된 수익 보전
당국 경고불구 금리 원상복귀도
금융당국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부 카드사들의 고금리 카드론 비중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들이 수수료 체계 개편으로 줄어든 수익성을 만회하기 위해 카드론에 적용하던 마케팅 금리를 대폭 축소하고, 저신용자들의 이용이 늘면서 적용금리의 ‘빈익빈’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일부 카드사의 카드론 고금리(연 20~30%) 적용 회원 비중은 6개월 사이 최대 1.5배 가까이 증가했다.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KB국민카드의 경우 연 20~30% 금리를 적용받는 회원 비중이 작년 6월 말 기준 35.15%에서 12월 말 51.2%로 약 1.5배 늘었다. 카드론 이용 회원의 절반 이상이 20% 이상 고금리를 적용받는 셈이다. 삼성카드는 6개월 사이 26.36%에서 38.78%로, 현대카드는 56.3%에서 63.2%로 늘어 가장 많은 비중을 보였다.
고금리 적용 회원 비중이 증가한 이유는 카드사들의 금리 마케팅 축소와 제1금융권의 대출심사 강화로 인한 저신용자 쏠림 현상 때문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인당 기준금리를 조정하지는 않았다”며 “카드론도 일반 상품과 마찬가지로 할인 등 마케팅을 하는데, 마케팅이 줄어들면서 원래 금리로 원상복귀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고금리의 카드론 및 현금서비스를 억제하자 일부 카드사들은 지난 9~10월 카드론 금리를 인하하기도 했다. 그러나 카드사들이 금융당국의 제재를 피하면서도 수수료 체계 개편으로 악화된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카드론 금리할인 마케팅을 축소, 사실상 금리 인상의 효과를 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고금리 대상자가 늘어난 카드사들은 카드론 수입 비중이 증가했다. 당국의 압박에도 전체 수입 중에서 카드론이 벌어다주는 돈의 비중이 더 커졌다는 의미다. 여신협회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카드 전체 수입에서 카드론이 벌어들인 비중은 작년 2분기 17.48%에서 3분기 18.87%로 늘었다. 같은 기간 삼성카드가 15.74%에서 16.53%로, 현대카드도 18.09%에서 19.16%로 증가했다.
반면 카드론 고금리 대상자 비중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카드사들은 카드론 수입 비중이 줄었다. 고금리 회원 비중이 작년 6월에서 12월 사이 18%에서 24%로 증가한 신한카드와 롯데카드(28.6%에서 30.2%)의 카드론 수입 비중은 2~3분기 동안 각각 0.07%, 0.09%포인트 줄어 감소세를 보였다.
카드론 고금리 비중이 증가한 카드사는 경기불황과 카드론 축소의 영향이 크다고 해명했다. 제1금융권이 대출심사를 강화하면서 저신용자들의 카드론 유입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결국 신용도가 낮은 회원들이 (카드론을) 더 썼다는 얘기”라며 “카드론 신규고객 유치를 줄이고 있기 때문에 기존회원만 장기 이용하면서 이들의 신용등급이 내려가 적용금리가 올라갔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불황의 여파로 제1금융권을 비롯한 은행과 카드사들이 대출심사 강화ㆍ마케팅 축소 등 ‘제 몸 지키기’에 주력하면서 서민 이자부담은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인다.
이자영 기자/nointeres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