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위크엔드] “비싸서” “시간이 없어서”…문화생활이라곤 고작 영화보기…
1970~80년대 산업화와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중산층의 문화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1977년 10월 있었던 문화의 날 세미나에서 여석기 교수는 문화적 중산층 육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문화격차 해소와 저변 확대를 위해 요구됐던 것은 지역별 종합문화센터 건립과 확충 등이었다.

그런 목소리가 반영되는 듯 2000년대 들어서는 거의 모든 시ㆍ군ㆍ구 단위에 공연장이 생겨 중산층이 향유할 문화공간이 마련됐고, 인프라 확충을 위한 하드웨어 마련이라는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했다.

하지만 콘텐츠가 넉넉지 않고 중산층 수요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 공연장은 대다수가 그저 작품으로 시간 메우기에 급급한 공간으로 남았다. 140여개 공연장이 밀집한 대학로도 공연장뿐만 아니라 작품 수적으로도 공급은 과잉이지만 아직도 문화를 소비해야 할 중산층의 관심은 생업과 경제문제에 있다.

은행원 김영춘(45) 씨는 지난해 공연을 한 편도 보지 못했다. “일상이 바쁘고 가족과 만나는 시간이 적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는 “관심있는 공연을 찾아보거나 뭘 볼지 고민하기보다는 가족과 주로 영화를 즐겨 보는 편”이라고 했다. 그가 연극이나 뮤지컬, 클래식 콘서트에 관심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가족이 함께 볼 만한 작품이 없어서”였다.

광고가 활발한 영화에 비해 공연은 대작이 아니면 사전에 작품에 대한 소개를 접하기가 쉽지 않다. 값싼 영화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입장권도 가족이 함께 보기엔 부담이 된다.

부인과 두 아이를 두고 있는 그는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이상 공연을 보게 되겠느냐”며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그도 젊었을 적엔 공연을 보기도 했다. 김 씨도 삶의 여유만 있다면 적극적인 문화소비가 가능한 계층이다.

공연산업의 주요 예술인 연극ㆍ뮤지컬 등을 향유하는 주 소비계층은 20~30대 여성에 한정되어 있다. 김 씨처럼 젊은 시절 적극적인 공연문화 향유 계층이었던 사람이 나이가 들고 가정이 생기면서 생업을 이유로 소극적인 계층으로 변모한다.

이들을 소비계층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은 공연장이 아닌 공연물이다. 그런 면에 있어 뮤지컬은 일정 부분 다양성으로 소비계층 확대에 조금 성공한 모습이다. 지난 한 해를 뜨겁게 달군 뮤지컬 ‘위키드’는 이런 잠재된 40대 고객을 공연장으로 이끌어내는 데 일조했다. 40대 이상 중장년층 관객 비율을 25%까지 끌어올린 ‘위키드’의 비결은 콘텐츠 자체에 있었다. 관객 저변 확대는 모든 공연업계의 숙제다. 저변 확대의 핵심인 중산층이 영화에 쓰는 돈만큼 관객을 공연장으로 끌어들이는 것, 공연계가 가질 수 있는 해법은 양질의 콘텐츠와 마케팅이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