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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마다 외출하는 엄마의 비밀
안락사에 대한 날카롭고 예리한 이야기
안락사에 대한 도덕적 논란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탈리아 작가 미켈라 무르지아의 대표작 <아카바도라>(들녘.2012)는 안락사의 문제를 유려하고 섬세한 문체로 다룬 소설이다.

작가는 이탈리아 사르데냐 출신으로 그 지방 방언인 ‘끝을 내는 여인’이라는 뜻의 ‘아카바도라’를 작품 전면에 내세웠다. 고통으로 죽기를 원하는 환자에게 평안을 주는 것과 신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비난 가운데 ‘아카바도’라의 역할은 한 여인에 의해 실현되고 있었다.

소설은 보나리아 우라이라는 한 여성이 딸을 넷이나 둔 안나 리스트루의 막내딸 마리아 리스트를 입양하면서 시작된다. 마리아는 엄마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자란다. 그로 인해 물건을 훔치고도 거리낌 없는 행동을 보인다. 이런 마리아를 보나리아가 입양한 것.

책에 따르면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아이를 낳지 못하는 집에 입양된 아이를 ‘영혼의 자식’이라 불렀다. 이들은 혈연으로 맺어지지 못했지만 ‘영혼’으로 인연을 맺는다. 마리아는 재봉사인 보나리아를 양육자로 받아들이며 차츰 보나리아의 집에 적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리아는 한밤 중 인기척에 잠이 깨고, 낯선 남자의 독촉에 서둘러 외출을 하려는 보나리아와 마주친다. 평소와 다르게 강경하게 집 안에 있을 것을 지시하는 보나리아. 대체 무슨 일일까.

다음날 마리아는 마을의 한 노인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보나리아와 함께 장례식장을 찾은 마리아는 지난밤에 찾아온 낯선 남자가 죽은 노인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가끔씩 예기치 않은 밤외출을 하던 엄마가 의심스러워지는 마리아. 노인의 죽음에 엄마가 관련이 있을 거란 의심을 지우지 못한다.

그 후 의심이 확인되는 일이 발생한다. 마리아의 이웃에 사는 형제가 토지 경계선을 두고 다른 이웃과 다툼을 벌이다가 형이 총에 맞나 다리를 절단하게 됐다. 결국 그 형은 절망감을 이기지 못하고 보나리아를 부른다.

다음날 그의 죽음을 알게 되고 그 배후에 보나리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영혼으로 맺어진 마리아의 엄마는 ‘아카바도라’였던 것이다. 자상한 어머니의 양면적인 모습에 혼란을 느낀 마리아는 엄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지만 인연은 끊어지지 않았다.

작가는 어린 마리아의 눈을 통해 사회적 금기인 안락사에 대해 심층적인 서술을 펼친다. 어딘지 모르게 묘하게 닮아 있는 보나리아와 마리아는 은밀한 비밀을 간직한채 공동의 운명을 이어간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사랑의 결핍, 인간의 운명 등 다양한 생각을 품게 하는 소설이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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