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민은 남들은 곤히 자는 한밤중에 작업한다. 리놀륨 판을 끌어안고, 끌칼로 형상을 섬세하게 새기며 홀로 새벽을 맞는다. 그리곤 막 어둠이 걷히려는 순간, 작가는 강한 날개를 지닌 새가 되는 환상에 빠진다.
“응집된 어둠을 힘차게 빨아들이면, 내면에 잠자고 있던 야생성이 살아난다”는 작가의 고백처럼 커다란 날개를 얻었으니 그는 이제 상상 속에서 훨훨 날 것이다. 새처럼 창공을 높이 날며, 가슴에 새 기운을 흠뻑 빨아들일 것이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인간인 자신이 새처럼 변해가는 환상을 표현한 한지민의 ‘오래된 순간 2’. Linocut 70×100㎝ [사진제공=갤러리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