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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란 선임기자의 art & 아트> “서양것 아닌 나 자신에 집중하니 길이 보였다”
인간 실존·역사에 주목하는
내 작업 키워드는 ‘기억’

재작년 최고가 경신 ‘영원한 사랑’
고뇌의 결정체…가장 아끼는 작품
한국 작가중엔 이우환씨 팬




중국 현대미술계를 대표하는 작가 장샤오강(張曉剛). 1990년대 말 세계 미술계에 ‘차이나 아방가르드’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일군의 작가 중에서도 장샤오강은 여전히 정상급에 위치해 있다. 전시 제의도 줄을 잇고 있고, 작품가격도 견고하다. 새해 들어 쉰다섯이 되는 그는 중국 베이징의 페이스(Pace)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Beijing Voice’라는 타이틀로 2월 말까지 열리는 개인전에 장샤오강은 다양한 신작 회화와 조각, 일련의 대표작을 출품했다. 헤럴드경제가 그를 인터뷰했다.

-15년 전쯤 떠들썩하게 등장했던 중국의 ‘냉소적 리얼리스트’들이 요즘 들어 다소 주춤하다. 중국의 비평가 리시엔팅은 당신을 포함한 작가들을 그렇게 불렀다. 그런데 많은 작가가 침체에 빠졌지만 당신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차이나 아방가르드’를 대표하는 작가 장샤오강. “서양 것이 아닌 스스로의 내면에 집중했더니 지금의 작업들이 나왔다”고 밝혔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리시엔팅이 중국 현대미술을 ‘시니컬 리얼리즘’ ‘폴리티컬 팝’으로 부른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내 그림은 거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게다가 나는 구호나 사조를 앞세워 작업하진 않는다. 나의 위치며, 평가에도 별반 관심이 없다. 나는 그저 장샤오강일 뿐이다.

-당신의 작업은 인간의 실존과 역사, 그리고 공간을 성찰하고 있다. 동의하는가.

▶대체로 동의한다.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내 작업의 키워드는 ‘기억’이다. 나는 개인의 지나온 역사, 지금의 현실, 그리고 상상 속 ‘기억’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 ‘기억’을 그린다.

-당신은 ‘대가족’ ‘혈연’ 등에서 인물을 주로 그렸다.

 
▲장샤오강의 입체작품 ‘침대에서 잠자는 아기’.

▶중국은 오랫동안 집단이 중시됐던 나라였다. 그 속에서 개인은 묻혀 있었다. 나는 국가와 사회에 밀려 도외시됐던 개인의 가치를 되살려내기 위해 인물 초상을 그렸다.

-어머니의 옛 사진첩을 발견하고 매료된 나머지 ‘대가족’ ‘혈연’ 시리즈를 그리게 된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일화다. 사진첩을 맞닥뜨렸던 순간을 말해 달라.

▶젊은 시절 서양미술(그는 명문 쓰촨미술대학 유화과 출신이다)을 배웠고, 반 고흐며 엘 그레코를 무척 좋아했다. 그 그림들을 실제로 보기 위해 유럽으로 무작정 떠난 적도 있다. 그러나 서양 그림에 빠져들다가 내가 가야 할 길을 잃고 말았다. 심각하게 좌절하고 방황하던 중 어머니의 낡은 비스킷 통에서 오래된 사진들을 보게 됐다. 그 사진들이 너무나 절실하게,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장샤오강이 베이징의 페이스갤러리를 통해 발표한 신작 ‘My Mother’. 인물만 커다랗게 그리던 구작
과는 달리 공간이 강조된 것이 두드러진 변화다.

-그런데 당신의 그림은 어머니 자체가 아니고, 누구여도 좋을 사람들이 등장한다.

▶특정한 개인보다는 그 시기를 살았던 사람들의 공통된 이미지를 그리고 싶었다. 당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동질적 이미지 말이다.(회색조의 그의 인물화는 고요한 표정과 냉정한 색채, 빛으로 노랗게 물든 상처가 맑고 큰 눈망울과 부딪치며 파장을 이끌어냈다. 격동기를 거친 중국인의 심리를 서정적으로 그린 자화상이란 점에서 큰 공감을 유도했다.)

-당신의 1988년 작품 ‘영원한 사랑’은 지난 2011년 소더비 홍콩 경매에서 110억원에 낙찰되며 중국 현대미술품 중 최고가를 경신했다.

작가 장샤오강의
친필사인.
▶3쪽짜리 연작인 그 그림은 내가 엄청나게 고뇌하며 사색하던 시기의 결정체로, 내가 특히 아끼는 그림이다.(장샤오강의 그림은 유명 경매에서 현재 높은 가격에 응찰되고 있다. 피로 물든 ‘톈안먼광장’을 그린 작품은 지난해 30억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나는 당신의 인물화도 좋아하지만, 1993년 작인 ‘톈안먼광장’을 좋아한다. 육중한 검은 전돌 틈에 붉은 핏자국이 배어 있는 그림 말이다. 민중이 흘린 피를 그토록 압축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여태껏 보지 못했다. 아픈 역사를 그토록 멋지게 담아내다니, 놀랍다.

▶나는 직설화법보다는 간접화법을 좋아한다. 저 멀리 노란색으로 빛을 발하는 톈안먼에 붉은 핏자국을 보일 듯 말 듯 대비시킨 것도 그 때문이다. 목청 높여 외치는 것보다는 은근한 게 더 마음에 와 닿지 않던가.

-작가로서 당신의 생활이 궁금하다.

▶별반 특별할 게 없다. 왕강위, 팡리준 등의 작가들과 이따금 만나는 것 말곤 작업에 파묻혀 지낸다. 내 그림이 엄청난 고가에 낙찰되는 건 나쁠 게 없지만 내 손을 오래전에 떠난 그림들이라 사실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나는 성공한 작가보다는 진정성을 지닌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

-한국에 자주 오는가.

▶이따금 온다. 언제 와도 푸근하고 낯설지 않다. 한국 작가들의 그림도 좋아한다. 특히 이우환의 작품을 좋아한다. 한국 작가의 좋은 그림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고 들었다. 한국인들이 자부심을 갖고 자국 작가의 작업을 더욱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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