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저 멀리 한 곳을 바라보며, 남녀 한쌍이 두손을 마주 잡고 있다. 넙적한 얼굴이며 낮은 콧대, 째진 눈이 영락없는 우리네 모습이다. 몸매도 8등신이 아니라 짝달막한 5등신이다. 요즘 온통 TV를 뒤덮고 있는 턱뼈 깎은 ‘V라인 아이돌’과는 완전히 대척점에 서있는 모습이다.

이 조각을 만든 이는 조각가 김동우(63,세종대 교수)다. 그는 농대를 다니던 시절 명동의 한 화랑에 전시된 권진규(1922~73)의 테라코타 조각에 매료돼 대학을 그만두고, 그의 문하로 들어갔다. 그리곤 스승의 마지막 2년을 수발하며 조각을 배웠다.

이후 프랑스 파리를 거쳐 대리석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카라라에서 유학하며 작업한 그는 가장 우리다운 조각을 쪼아왔다. “서양에서 수학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더 한국인의 모습으로 다가가게 됐다”는 그는 돌 조각의 마무리만큼은 꼭 날망치로 쪼아내는 전통기법을 고수하고 있다. 


작년말 서울 청담동 조현화랑(대표 조현)에서 개막된 개인전에는 무덤덤한 한국 여인상, 흔하게 볼 수 없는 여인좌상, 그리고 가족상과 사랑하는 남녀상 등 돌 조각 20여점이 나왔다.

‘인간의 본질을 조각에 담고 싶다’는 김동우의 작품에선 인간에 대한 무한의 애정이 느껴진다. 또 작품들은 ‘한국인의 원형상이란 이런 것이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질박함이 가득차 있다. 전시는 오는 25일까지 열린다. 02)3443-6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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