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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인팅으로 페인팅을 넘어선 작가 신성희, ‘누아주’를 다시 본다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누아주(Nouageㆍ엮음)’라는 독자적인 양식으로 평면 회화에 새로운 분수령을 쌓았던 작가 신성희(1948~2009)의 작품전이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 아트월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3월 18일까지 열리는 전시에는 작가의 전성기인 1980년대 말 작품에서부터 작고 직전 말기 작품까지 다채롭게 내걸렸다.

신성희가 시도한 ‘누아주’란 그림이 그려진 캔버스(목면)를 칼로 찢고, 그 천을 손으로 엮어 묶는 기법을 가리킨다. 작가는 캔버스에 매듭과 구멍으로 입체적인 공간을 창조하며, 기존 회화의 2차원적 평면성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붓으로 그린다는 회화 본연의 특성을 견지하면서도 남다른 조형세계를 천착했던 신성희의 작업은 국내 보다는 프랑스 등 유럽에서 더 큰 갈채를 받았다. 


누아주는 최초의 그림과 찢어진 그림, 엮여서 새롭게 만들어진 입체그림, 그 위에 다시 물감을 더한 그림까지 ‘작품의 탄생과 죽음, 재생’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 순환을 통해 신성희는 인간의 생명, 우주의 순환적 고리를 우리 앞에 펼쳐보였다. 이번 전시에는 누아주 기법이 탄생하기 전의 회화, 콜라주가 함께 소개돼 누아주가 탄생하기까지의 회화적 흐름 또한 확인할 수 있다.

작가 신성희는 왕성하게 작업하던 지난 2001년 작가노트에서 "나의 작업들은 찢어지기 위해 그려진다. 그리고 찢는다는 것은 이 시대의 예술에 대한 질문이며, 그것이 접히고 묶여진다는 것은 곧 나의 답변이다. 공간은 나로 하여금 평면을 포기하게 한다. 포기해야 새로워진다는 것을 믿게 한다"며 "씨줄과 날줄처럼 그림의 조각들이 자유롭게 만나는 곳마다 매듭의 세포들을 생산해낸다. 묶여진다는 것은 결합이다. 나와 너, 물질과 정신, 긍정과 부정, 변증의 대립을 통합하는 시각적 언어다"라고 밝혔다. 


찢어졌던 캔버스가 다시 엮이고, 새로운 물감을 받아들이면서 신성희의 평면회화는 입체성을 획득하며 영원성에 도달한다. 그가 평면의 캔버스에 생긴 그물구멍으로 작가적 숨결을 불어넣어 회화에 생명을 부여한 것처럼, 신성희의 작품은 공간에 새로운 예술적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때문에 우리는 오늘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과 창조성, 그 안에서 탄생한 미술의 또다른 미묘함을 만나게 된다.

신세계의 아트월갤러리(Art Wall Gallery)는 백화점 본점 본관 지하 1층부터 6층까지 매장 곳곳에 미술품을 설치할 수 있는 40여개 아트월(Art Wall)로 조성된 개방형 갤러리다. 신세계갤러리는 이곳에선 연 4회 전시를 개최함으로써 백화점을 찾은 고객들이 일상에서 예술을 편안히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02-310-1924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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