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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뒤틀린 현대사, 한국전쟁의 상처는 무대위로
한국 전쟁은 우리 민족 오욕의 역사다. 동족상잔의 비극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많은 실향민과 이재민을 낳았고 전쟁이 끝나고 복구하기까지 수많은 시간이 걸려야 했다.

전쟁은 많은 극작의 소재가 되지만 영화, 소설과 달리 무대 위 뮤지컬로는 전쟁 자체가 소재가 된 적이 많진 않았다. 전쟁을 다룬 영화는 많았지만 뮤지컬은 영화만큼의 실감 나는 액션과 효과를 보여주기 힘들다는 점들이 한계로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연극 ‘블랙워치’는 무대가 지니는 한계들을 극복하고 호평받은 작품이었다. 작품이 다루고 있는 것은 전쟁에 참가한 인물들의 내면이다. 실제 작전지역을 움직이는 것 같은 영상과 음향이 돋보였지만 영화에 비해 현실감은 약간 멀었다.


무대 연출적인 면에서 뮤지컬 역시 영화에 비해 표현의 한계를 가질수밖에 없고 ‘닥터지바고’ ‘미스사이공’ 등 전쟁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도 사랑과 인물 묘사에 중심을 뒀다.

올해 창작뮤지컬은 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여신님이 보고계셔’와 ‘프라미스’가 연초부터 관객들을 한국전쟁의 현장으로 안내한다.

▶전쟁보단 사랑의 메시지를… ‘여신님이 보고계셔’=‘여신님이 보고계셔’는 15일부터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첫 무대를 갖는 소극장 뮤지컬이다. 소극장 뮤지컬인 만큼 영화 같은 화려함보단 사건과 이를 해결하려는 극의 전개에 중점을 뒀다.

한국전쟁 중 인민군 포로를 태운 배가 난파하면서 국군과 인민군이 함께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다. 이들은 무인도를 탈출하기 위해 서로 힘을 모으고, 그들이 만든 가상의 여신님은 스스로를 지탱케 하는 존재다.

원래 작품의 배경은 한국전쟁이 아니었다. 한정석 작가는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 ‘황산’에 나오는 반 페이지 정도의 에피소드가 작품의 모티브가 됐다”고 했다. 그는 나치 수용소에 수감된 사람들이 질서를 잃고 피폐해지고 야만적으로 변해가지만 한 여성 수감자의 영향으로 수용소 생활에 규칙이 생기고 질서를 유지한다는 소설의 설정을 극으로 가져왔다.


한 작가는 “우리 정서에 맞는 설정을 위해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인 여신을 등장시켰고 한국전쟁이란 역사적 사실보다 개인의 구원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극 중 ‘보여주세요’라는 곡에선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내면에서 여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여신이란 존재는 누구나 의지할 수 있는 존재, 사랑이다.

작품 속 양 진영의 이념 갈등은 단순히 갈등구조를 만드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이념보단 인간의 구원이 이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유인수 연우무대 대표는 독특한 소재 때문에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로 결심했다. 유 대표는 “기존 뮤지컬들은 로맨틱한 사랑이야기가 많은데 한국전쟁 군인들의 이야기를 다뤘고 시놉시스만으론 진부할 수도 있지만 여신님이 등장하는 설정도 독특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르나 무대가 갖는 특성 때문에 전쟁과 무인도란 배경, 의상 등은 무대 언어와 형식적으로만 취할 예정이다. 음악은 4인조 밴드가 연주한다.

2011년 CJ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창작지원 프로그램,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 쇼케이스를 거쳐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작품의 연출을 맡은 박소영과 한정석 작가, 작곡가 이선영 세 사람의 첫 데뷔작이어서 창작 뮤지컬의 가능성이 기대된다.

▶한국전쟁 우리 국군, 뮤지컬 ‘더 프라미스’=한국전쟁 개전 초기는 국군은 연전연패를 거듭하며 낙동강에 방어선을 치고 북한군을 저지했다. 유엔군 사령관 맥아더가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전까지 국군과 유엔군은 인민군의 강력한 공격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더 프라미스’는 개전 초기 문산축선을 방어하던 국군 1사단 소속 7명의 군인이 퇴각을 거듭하며 만나는 전쟁의 참상을 그리고 있다. 소대장 지훈, 상진, 전씨, 달호, 미스김, 이 선생, 무전병 일곱 사람은 인민군의 공격에 뿔뿔이 흩어져 퇴각하고 낙동강 전선에서 부대와 합류한다. 동료의 죽음을 지켜보는 슬픔, 여인과 가족을 잃은 상실감, 전쟁은 그들에게 군인으로서의 의무감을 다지게 만든다.

국방부와 육군본부, 한국뮤지컬협회가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맞아 제작한 작품으로 자칫 단순한 영웅물이 될 수도 있지만 문산축선을 통한 인민군의 기습적인 남침, 국군의 첫 승리였던 경북 상주의 화령장 전투,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낙동강 전선의 격전지 다부동 전투 등 전쟁 초기 상황을 고증한 듯하다.

뮤지컬 배우 김무열, 배우 지현우, 슈퍼주니어 이특, 초신성 윤학, 에이트의 이현 등 군복무 중인 연예 병사들과 ‘광화문 연가’ ‘대장금’ ‘바람의 나라’의 연출가 이지나, ‘블랙메리포핀스’ ‘궁녀 삼천’의 서윤미 작가가 뭉쳤다.

젊은 세대에게 한국 전쟁을 다시 기억하게 만드는 ‘더 프라미스’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오는 20일까지 전장을 재현한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사진제공=극단 연우무대, 랑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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