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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몬드리안 회화에 앞선 공간구성미..조선의 보자기
몬드리안, 폴 클레 작품 보다 적어도 100년은 앞서며 멋드러진 색채및 공간구성미를 보여주는 게 있다. 바로 조선의 보자기다.
전통 보자기의 아름다움을 살펴보는 전시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예화랑(대표 김방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23일까지 ‘보자기, 마음의 기하학’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예화랑이 최근 개최했던 ‘목안(木雁, 나무기러기), 꿈을 그리다’전에 이은 두번째 조선 민예품 전시다.

전시장에 나온 보자기들은 모두 이름 모를 이들에 의해 만들어져 민간에서 널리 사용됐던 민속품이다. ‘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한땀한땀 만들어진 이들 보자기는 비전문가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그 결과물은 ‘무기교의 기교’라 할만큼 신선하고, 멋스럽다.
솜씨가 있으면 있는대로, 서투르면 서투른대로 아무런 욕심 없이 만들어진 조선의 보자기들은 그 자유로운 구성과 뛰어난 색채 배열이 차별화된 미감을 보여준다.


우리 선조들이 만든 보자기는 용도가 실로 다양했다. 비단, 모시, 삼베, 면 등 가벼운 직물로 만든 보자기는 물건을 덮거나 싸서 보관하거나 이동하는데 사용됐다. 보자기는 또 과거 협소했던 주거공간의 제약을 벗어나기 위해 만들어진 실용적인 도구이기도 했다. 너른 크기의 보자기는 이쪽과 저쪽을 자연스럽게 가려주되, 부드러운 천으로 만들어져 공간이 완절히 단절되는 것을 막았다.
보자기는 또 펴고 접을 때마다 그 크기가 가변적인 것도 특징이다. 사용할 때는 넓게 펼쳐 많은 물건을 담았고, 보관할 때에는 작게 접어 그 부피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보자기의 발달 이면에는 일종의 기복신앙적 요소도 내재돼 있었다. 보자기는 한자로는 ‘보(褓)’라고 표기하거나 ‘복(袱)’이라고 하는데, 이는 발음이 유사한 ‘복(福)’과 맞닿아 있다.
동양문화에 뿌리 깊은 기복 신앙에서는 정성을 다해 만든 물건에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고 여겼다. 정성껏 수를 놓거나 작은 천 조각들을 꼼꼼히 이어붙이며 온갖 공을 들인 것도 그 때문이다. 보자기들은 복을 싸둔다는 뜻을 지니고 있어 각종 예물을 싸던 혼례용 보자기로도 널리 쓰였다.


우리의 전통보자기들은 마크 로스코 그림 못지않은 깊고 아름다운 색채미를 뿜어낸다. 동양적 정서가 담긴 오방색의 작은 조각들을 무심히 이어붙인 솜씨는 강렬한 추상성도 보여준다. 획일화되지 않은 그 자연스런 이음으로 이어지는 무한한 확장성도 일품이다.
무계획의 구성미, 무질서 속의 질서란 바로 이런 것임을 보여준다. 현대예술에서 표방하는 예술과 생활의 결합, 우연성, 무작위 등을 우리 옛 여인네들은 보자기를 통해 이미 구현했던 것이다.
만드는 이에 따라 배색과 문양이 무궁무진하게 달라지고, 담아내는 물건에 따라 형태와 스타일이 자유롭게 변화하며, 사용하는 이에 따라 매듭 모양이며 묶는 방식이 다채롭게 제시된다는 점도 보자기의 매력이다.

김방은 예화랑 대표는 “최근들어 우리 옛 보자기의 예술성에 주목하는 이들이 늘면서 보자기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어왔다”며 “이번 기획전은 회색빛 콘크리이트로 지어진 현대공간에, 옛 보자기들이 보다 참신하게 상응할 수 있도록 좀더 색다르면서도 미니멀한 인스톨레이션을 시도한 것이 특이점”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 예화랑. 무료관람. 02)542-5543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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