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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가 이호철, 백낙청 교수 ‘2013체제’ 치명적 오류 지적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팔순을 넘긴 노인이지만 젊은이 못지않은 뜨거움을 지닌 작가, 이호철에게는 ‘분단작가’‘판문점 작가’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다. 그의 60여년 문학인생은 판문점에서 시작돼 여전히 진행형이다.

1961년 3월, 장면 정권시절, 그는 통신사 가짜 기자증을 얻어 판문점 취재에 따라나섰다. 소설을 써보자는 것 보다 북에 두고 온 사촌, 육촌 형들의 안부와 자신의 소식을 북에 있는 가족들에게 알리자는 이유가 컸다.

당시 북한의 여기자와 말이 통해 그런 자신의 의도를 전달했다. 그리고 남북교류와 자유, 선택이란 주제를 놓고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 땐 그런 정도로 서로 대화가 가능했다. 그는 5.16혁명이 일어나기 일주일전, 판문점에 또 한번 나갔다. 그때 그 여기자는 없었다. 이미 남쪽에서 발표된 ’판문점’이 빌미가 돼 다른 부서로 옮겼다 했다. 그리고 5.16혁명이 일어났다. 그는 소설 ‘판문점’이 문제될까 해서 1주일간 숨어살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1961년 소설 ‘판문점’을 낸 지 50여년이 지난 시점에 그가 다시 소설 ‘판문점’(북치는마을 펴냄)을 냈다. ‘판문점2’는 1961년 함께 판문점에 갔던 통신사 기자 영호와 작가(가짜 기자) 진수가 50년 뒤에 주고받는 남북문제를 둘러싼 대화와 토론형식이다. 4.19혁명으로부터 5.16혁명까지의 사회적 상황과 개인사적 상황, 최근 남북관계의 변화와 모색까지 소설로 보는 남북관계사라해도 틀리지 않다.

1961년 당시만 해도 북한 기자와 체제에 대해 얘기를 나눌 정도의 분위기는 50년후 상상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실제적인 교류는 활발하지만 소통은 더 어려워졌다. 

이호철/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작가는 10일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판문점’을 쓰게 된 것이 직접적으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장례과정을 지켜보며 받았던 충격”이라고 말했다. 하루하루 살아가기 힘든 비참한 생활을 하는 민중들과 대비되는 장례식과 살아생전 모습 그대로 보관한 유해를 보면서 그는 지금 남북한의 문제를 짚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북한의 가장 큰 문제는 군주정으로까지 전락한 독재체제다. 김일성이 1936년 백두산 아래에서 ’보천보 사건’을 일으켰던 무렵에는 민중의식을 갖고 있던 명실공히 민족영웅이었다며 그런 그가 80년이 지난 지금 유리관 속의 추물로 떨어져 있는 것이 오늘날 적나라한 북한의 현실이라고 했다.

그런 면에서 그는 백낙청 교수의 최근 ‘2013체제’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전체주의, 3대 세습, 봉건 독재 쇄국주의’ 같은 류의 이북체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게 치명적이라는 얘기다.

5년동안 북한 공산당 체제에서 살아본 그로선 요즘 종북주의자들을 보는 시각이 곱지 않다. “한번 살아보라”는 얘기가 왜 나오겠냐고 했다. “박정희 독재보다 5000배라면 이해가 되겠냐”고도 했다. “잠을 자고나서 어떤 잠꼬대를 했는지 불안해하는 상태를 상상해보세요.”

그는 북한의 변화를 여러형태로 그려본다. 일본의 막부체제에서 명치시대로 넘어갈 때처럼 권력자가 권좌를 봉납할 수 있으면 가장 바람직한 일이지만 지금 북한으로선 현실성이 없는 얘기다. 그래도 소설속에선 바람이 크다.

“북한 권력 안에도 언젠가는 그런 일을 해낼 진정으로 그 당대를 훨씬 뛰어넘는 파천황의 탁월한 사람 두엇은, 친족중에서건 일반 민중 속에서건 응당 나와야 하지 않을까“(본문 중)

그가 보는 가장 타당한 대안은 중국의 변화양상을 참고로 해 어떻게 북쪽에 영향력을 발휘하느냐다. “중국을 통해서 북에 힘을 행사해 북이 변화했으면 하는 바람이지요.”

작가는 중국과 대만의 관계를 통해 남북관계의 시사점을 얻을 수도 있다고 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무조건 교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백번 양보해 “어떤 명분으로라도 만나야 한다, 어른되는 사람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다.

소설에는 남북교류와 장기적 통일을 위한 밑그림이 여러겹 들어있다. 50여년간 천착해온 이호철 통일론이다.

/meelee@heraldcorp.com, 사진=김명섭기자//msi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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