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모 국회의원의 별명은 ‘불사조’다. 그가 6선이고 의원 임기가 4년임을 고려하면 20여년 동안 국회의원을 한 것이다. 이쯤 되면 ‘국회의원이 직업’이라는 말이 나옴 직하다. 그는 모두 13번 당적을 변경했다. 국회의원이 직업이 되는 순간, 정치인의 모든 관심은 ‘공천’에 쏠리게 된다. 이는 소신보다는 ‘직업 안정성’을 찾는 ‘본능’으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직업이 돼버린 의원직은 공천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동물적 감각으로 찾아내는 ‘공천바라기’가 되기 십상이다. 물론 이 같은 폐해를 막기 위해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때부터 후보자와 정당에 각각 투표하는 1인 2표 방식의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 비례대표제는 ‘공천바라기’ 의원들이 넘실대는 국회의 정화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나영이 사건’ 주치의였던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 ‘사노맹 여전사’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비례대표로 입성해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19대 의원 중 한 명이다. 문제는 그 숫자가 여전히 너무 적다는 데에 있다. 19대 국회의 경우 비례대표 의석수는 모두 54석(전체 300석). ‘독일식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현재의 정당 체제에선 정치권의 동의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일각에선 뉴질랜드의 ‘혼합형 비례대표제(MMP)’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MMP의 가장 큰 특징은 정당 득표가 국회의원 수를 결정하는 데에 결정적이라는 점이다. 뉴질랜드 국회는 70석의 지역구와 50석의 비례대표 의석 등 모두 120석으로 구성된다. 만일 A 정당이 50%의 정당 득표율을 얻었다면 A 정당의 의원 수는 120명의 절반인 60명이 된다. 지역구 당선자가 20명이었다면 나머지 40명이 비례대표 의원이 되는 것이다. 지역구 의석수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사전에 정해둔 한국의 선거제와는 다르다.
김준석 동국대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국회의원이 직업이 돼버린 것은 결국은 제도의 문제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며 “미국은 예비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공천권이 국민에게 주어져 있다”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