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비서실장과 일부 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 인선을 발표했지만, 당분간 청와대가 제 기능을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비서실장 등 3명의 수석 만으로 채 1주일도 남지 않은 기간 동안 국정 컨트럴타워 기능을 인계인수 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박 당선인 개인의 판단과, 비공식 측근 중심의 국정운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인선이 이뤄진 경호실과 국가안보실의 권한 비대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는 1달 이상, 이명박 정부 청와대도 20일 이상의 인계인수 기간을 거쳤다. 하지만 박 당선인에게 주어진 청와대 ‘접수’ 시한은 단 1주일 뿐이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을 미리 내정했고, 왕(王)수석급인 국정기획 수석, 사회안전분야 민정수석을 임명해 안보와 기획부문 공백은 최소화했지만, 경제, 복지, 교육 등 다른 국가기본기능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 정도 구성으로 1주일간 정상적인 인계인수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면서 “추가 인선을 서두르고 각 부처에서 청와대 근무경험이 있는 실무자들을 차출하는 게 그나마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여겨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조직법개편안이 국회에서 표류하면서 각 부처로부터의 실무자 선발도 쉽지 않다. 정부조직 개편이 확정돼야 각 부처별 인사가 가능하고, 실무진 선발도 원활해질 수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정부조직개편이 이뤄지기 전 청와대 인사가 있었지만 대(大)부제 통합이 근간이었고, 기존 청와대 업무 인계인수 시간도 꽤 있었던 만큼 혼란은 비교적 적었다. 하지만 이번 정부조직개편은 기능재편의 성격이 강해 현 시점에서 적임자 차출이 녹록치 않다. 18일 인선된 비서실장 등 참모진은 비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각 부처 실무자에 대한 정보도 어두운 편이다.
경호실 중심의 청와대 운영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비서진보다, ‘하드웨어’ 격인 경호실 인선이 2주 가량 앞서면서 향후 청와대의 무게중심이 경호실로 쏠리지 않을까하는 우려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업무를 하다보면 경호문제로 경호처와 부딪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그나마 대통령실장이 경호처를 통제할 때는 업무 조정이 비교적 쉬웠지만, 이젠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이 동격이다보니 편제상 업무조정은 대통령이 직접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호문제가 청와대 참모진의 업무처리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특히 비서실장과 같은 장관급인 박흥렬 경호실장 내정자는, 비서실장 아래지만 역시 장관급인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의 직속 후배다. 현행 대통령실장 일원 지휘체제가 사실상 3원 체제로 나눠지면서 파워게임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 셈이다. 실제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이 동격이었던 박정희 대통령 시절엔 양 실장간 ‘권력(?)’ 다툼이 치열했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