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정부 부처의 한 고위 관료는 “현재 부처에서 기능을 떼어주기만 하는 부처들은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지만 타 부처의 기능을 일정부분 흡수하는 부처의 경우는 정부조직개편안 통과 전 업무보고도 힘든 상황”이라면서 “사무실 정비같은 하드웨어 준비도 최소 열흘 이상에 기본적인 인사작업 등 내부 정비 작업까지 하면 3월 한달은 그냥 흘러가고 완벽한 조직 안착은 5월께나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애가 타는 곳은 산업통산자원부 이관이 예정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다. 당장이 급한 현안 때문이다. 지난해 새 내각을 구성한 일본 정부는 초기부터 엔저 환율정책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검토 등을 발빠르게 나서고 있는 상황이어서 우리 정부의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연말 이명박 대통령 및 아세안(ASEAN) 10개국 정상들과 중국ㆍ일본ㆍ호주ㆍ뉴질랜드ㆍ인도 정상들이 나서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협상 출범을 공식 선언해 준비 초기지만 통상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실무팀은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참여국들의 혼선을 불러일으키는 ‘민폐’ 상황이 길어질 것으로 통상교섭본부 측은 보고 있다.
통상교섭본부 한 관계자는 “모든 사안이 국익을 위한 일인데 정치적 갈등으로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는 지금이 가장 안타까운 순간”이라며 “오히려 업무 일선에서는 정치권에서 말하는 ‘부처 이기주의’보다 ‘정치권의 협상용 이기주의’가 더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농림부 역시 식품산업진흥과 관련한 협의를 하루 빨리 가동해야해 갈 길이 바쁘다. 미국, 일본 등에서 우리나라 비빔밥을 도용해 오히려 음식사업을 벌이는데 제대로된 한식세계화 전략을 짜야하는 ‘비상상황’이라고 말한다.
당장 현재의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이를 담당하던 공무원들은 일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알면서도 앞으로 농림축산부에서 식품진흥과 관련된 일을 담당할 수 없게되면서 현안 보고조차 할 곳이 없어진 것이다.
해양수산업무를 떼어주는 국토해양부는 상황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관계자는 “연간계획상 새 정부 초반에 시각을 다투며 추진해야 할 사항은 다행이 없지만 모양새가 다소 웃기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정부세종청사에 자리를 잡은 현 국토해양부는 현 시점에서는 해양수산부가 떨어져나가더라도 현재의 위치에서 사무실을 옮기지 않을 예정이다. 한 공간에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가 섞여있으면서 각각의 장관을 수장으로 두는 모양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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