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두 개의 전쟁’을 동시수행하는 대신, ‘한 개의 전쟁’에서 확실한 승리를 거두는 전략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 지연에 대한 여론의 압박이 거센 마당에, 자칫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까지 날선 공방을 벌일 경우 야당이 새정부의 발목을 잡힌다는 비난이 커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관 후보자는 정부조직법처럼 ‘국회동의’가 필요 없어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경우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여야 합의로 오는 8일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키로 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당초 6일께 열릴 예정이었으나 야당이 ‘군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며 청문회 개최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개최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그랬던 청문회 일정이 지난 4일 오후 잡혔다.
‘낙마 1순위’로 거론됐던 김 후보자 청문회 일정을 잡은 것은 사실상 민주당이 총구를 내리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국방위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 일정이 잡히면 임명까지 무난하게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김 후보자에 이어 청문회 타깃이 됐던 황교안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보고서를 지난 4일 채택한 데서도 드러난다. 비록 ‘부적격’이라는 부대 의견을 보고서에 담았지만 ‘전관예우’, ‘병역면제’ 문제 등으로 황 후보자를 낙마 후보 ‘0순위’로 꼽아왔던 초반 분위기를 고려하면 비교적 무난한 처리다.
이같은 민주당의 전략 수정은 4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많다.
박 대통령은 4일 정부조직개편안 논의와 관련 “물러설 수 없다”, “저의 신념이자 국정철학”이라며 야당을 거세게 압박했다. 직후 황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됐고,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일정이 잡혔다. 결국 야당이 장기 여론전을 위해 정부조직개편안으로 전선을 좁혀 화력을 집중하려는 의지가 청문회 처리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라는 ‘전격전’으로 민주당 지도부를 직접 공격한 데 대해 예비전력 확보를 통한 반격이라는 ‘종심방어’ 전략을 세운 셈이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도 민주당의 전략 수정을 가져온 또다른 이유로 거론된다. CIA 자문위원 전력, 미국 시민권 포기 문제 등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김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면서 상대적으로 인사청문회의 전략적 가치가 줄었다는풀이다.
이밖에도 일부 후보자들의 각종 비리 의혹들을 민주당이 충실히 밝혀내 현 정부 인사의 난맥상이 이미 드러났다는 내부 평가도 청문회에서의 ‘전략상 후퇴’ 명분이 됐다는 설명도 있다.
홍석희 기자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