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행방이 묘연해진 일명 ‘사초(史草) 실종사건’이 국가정보원의 대화록 공개 논란과 ‘막말 논란’,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 이슈를 모두 집어삼켰다.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싸움에 박근혜 정부까지 가세하는 ‘정권 3대의 대규모 공방전’ 양상이다. 이념을 넘어 각 정권의 도덕성까지 걸린 싸움이어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어느 한 측은 치명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19일 오후 여야 각각 2명의 의원과 전문위원 2명씩 모두 8명의 ‘특공대원’을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실에 파견키로 했다. 전문위원들은 시스템 전문가와 검색 전문가로 구성되고 국가기록원이 발견치 못한 정상회담 대화록을 오는 21일 자정 전까지 찾는 임무를 받았다. 22일에는 여야 10명의 열람위원 전원이 국가기록원을 방문해 회의록의 존재 여부를 최종 확인한다.
여야 모두 “문서를 찾아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은 것이지만, 각기 속내는 다르다.
당장 가장 다급한 쪽은 참여정부 인사들이다. 대화록이 끝내 발견되지 않으면 노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 대화록을 폐기했다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김경수 전 연설기획비서관과 임상경 전 기록관리비서관(대통령기록관 초대관장), 이창우 전 제1부속실 행정관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정부는 임상경 당시 관장과 참여정부 출신 지정기록물 담당과장을 쫓아낸 뒤 청와대 행정관을 기록관장 후임으로 임명했다”며 “그 이후 기록물이 어떻게 관리됐는지 우리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대화록이 발견되지 않았을 경우 실종 책임을 이명박 정부에 돌리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역시 ‘이명박 정부 책임론’을 거론하며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대통령기록물법과 대통령기록관실을 만든 대통령이 노무현이다. 문서와 기록의 중요성을 가장 잘 아는 변호사 출신이다”며 “만일 대화록이 없다면 이후 정부의 소행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은 합리적인 의심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야당의 직접 공세에 노출된 이명박 정부 인사들은 ‘허황한 소리’라며 야당측 주장을 일축했다. 이명박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화록 폐기는 불가능한 일로야당의 주장은 가당치 않은 소리”라며 “대통령 기록관의 기록 등재나 보관 방식을 알고도 그런 소리를 했다면 파렴치한 것이고, 시스템을 모르고 했다면 무지의 소치”라고 반박했다.
사실상 박근혜정부를 대변하는 새누리당도 노 전 대통령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다. 민현주 대변인은 “일각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가 거의 끝나갈 때인 2007~2008년 초 대화록 폐기를 지시했고 그때 폐기된 것으로 알고 있다’거나 ‘당시 청와대가 대화록을 폐기하는 대신 봉하마을로 가져갔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등의 사실 여부가 확인 안 된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