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백웅기 기자] 갈등해소는 정치 본연의 기능이지만, 한국 정치는 되레 갈등을 조장해 영향력을 확대해왔다는 평가가 많다. 결국 ‘수퍼갑(甲)’으로 통하는 국회가 변해야 사회적 갈등관리로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올초 사회통합위원회가 발표한 ‘2012년 연례보고서’를 보면 정부ㆍ국회ㆍ법원ㆍ경찰ㆍ언론ㆍ금융기관 등 6개 공적 기관 가운데 ‘국회를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5.6%에 불과했다. 72.8%는 ‘신뢰할 수 없다’고 답해 국회에 대한 국민신뢰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현재 진행중인 국정원 댓글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는 이같은 국민들의 혹평을 새삼 확인시켜 줬다.
이번 국정조사는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을 밝히기 위한 자리였지만 정작 여야는 국조 특위 구성은 물론 조사 범위 등을 둘러싸고 파행을 거듭했다. 심지어 청문회에 참석한 증인에게 ‘지역감정’을 야기할 만한 질문을 쏟는 등 본질과는 거리가 먼 잡음들도 잇따랐다. 특히 일정을 정하고 증인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여야 갈등이 심화되면서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벌이는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연구실장은 “정당 등 제도적 정치행위자들에 대한 불신으로 청원ㆍ시위ㆍ불매운동 등 다양한 형태의 비공식적 정치활동이 증가하고 있다”며 “비공식적 정치활동이 정당이나 의회와 같은 대의민주주의의 공식적 정치제도를 대체하려는 도전을 시도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정치권의 갈등노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19대 국회에 들어서면서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켜 폭력국회를 막고, 직권상정을 제한해 여야가 합의하지 않을 경우 법안 통과가 어려운 구조로 개편됐다.
여권 관계자는 “정부여당의 입장만 관철시킬 수 있는 게 아니라 끊임없는 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끌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꼭 추진해야할 정책들도 야당 반대로 지연되는 수가 있다”며 문제점도 지적했다.
정치권이 갈등 구조 개선을 위해 국회선진화법이라는 하드웨어는 도입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갈등을 해소하는 지에 대한 소프트웨어는 아직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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