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그녀 입술에 머문…‘검붉은’ 메시지는
올 가을 유행색은 진홍색
불황속 립스틱 효과 영향

한듯 안한듯 光피부 유행
포인트는 과감한 립스틱으로


올 가을ㆍ겨울 시즌 유행색은 ‘버건디(burgundyㆍ진홍색)’다. 버건디는 매우 어둡고 짙은 붉은색으로, 와인색 내지는 ‘핏빛’이라고까지 일컫는 색상이다. 드라큘라가 연상되는 이 무시무시한 색상이 유행하고 있는 데엔 불황이 낳은 ‘립스틱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국내 색조화장의 트렌드 변화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짚어봤다.

색조화장의 트렌드는 3~4년 전부터 피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형태로 변했다. 피부가 수분을 촉촉하게 머금으면서 은은한 빛을 낸다는 뜻의 ‘물광’이 신조어가 될 정도로 피부의 빛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이후 피부의 윤기를 중요하게 여기는 ‘윤광’, 꿀을 바른 듯 매끈하다는 뜻의 ‘꿀광’, 고운 피부결이 중심인 ‘결광’으로까지 진화했다.

이 같은 ‘광(光)’ 피부는 파우더, 팩트 시장의 하락세를 가져왔다. 보송한 파우더는 광채를 가린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 신은숙 메이크업 크리에이션팀 과장은 이에 대해 “올해 파운데이션은 100% 가까이 성장했는데, 파우더나 팩트는 마이너스”라며 “파우더가 약세인 현상이 나타나는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고 전했다. 


파우더나 팩트는 화장의 지속성을 살려주는 것이 그 역할이기 때문에 일본이나 중국ㆍ미국ㆍ유럽 등에서는 여전히 강세인데, 한국만 유독 ‘광(光)’ 트렌드에 집착(?)하면서 시장이 죽고 있다는 것이다.

대신 촉촉한 제형의 파운데이션이나 CC크림, 멀티쿠션 등 피부를 자연스러우면서도 깨끗하게 표현해주는 제품이 몇 년 동안 계속 인기다.

유재웅 LG생활건강 색조PM 팀장은 이 같은 유행을 “자연주의 내지는 웰빙의 영향”이라고도 분석했다.

최근 각광받는 피부는 화장을 안한 것 같으면서도 자연스러운 광채를 표현하는 형태다. ‘원래 건강하고 피부가 좋아 광채가 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다.

유 팀장은 “지금은 누구도 인위적인 느낌이 나는 두터운 화장을 하지 않는다”며 “대신 자연스러우면서도 가볍게 피부를 표현하는 것이 인기고, 이는 자연이나 건강을 중시하는 트렌드의 반영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열풍처럼 불었던 입술 화장도 ‘광(光)’ 트렌드의 연장선이다. 피부 표현에 공을 들인 후 생기있는 모습을 표현하려다 보니 입술에 포인트를 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불황 시기에 찾아온다는 ‘립스틱 효과’의 영향도 있다.

유 팀장은 “눈에 포인트를 주려면 아이섀도부터 아이라이너, 마스카라 등 여러 제품이 필요한데, 요즘은 경기 때문에 예전처럼 여러 제품을 살 여력이 없다”며 “립스틱 하나로 포인트를 주는 것이 경제적이고 간편해서 많이 찾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입술 하나로 포인트를 주려다보니 색조가 점차 강렬하고 과감해지는 것도 특징이다. 색조 분야에서는 봄에 핑크나 오렌지 계열이, 가을에는 레드 계열 색상이 주력인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올해는 봄에 과감한 핫핑크가, 가을부터는 버건디가 잘 나가고 있다.

신 과장은 “핫핑크는 구색상품이라 생각하고 올 봄 출시했는데, 탤런트 윤은혜 씨가 드라마에서 핫핑크 립스틱을 바른 후 인기를 끌었다”며 “큰 매출을 기대하지 않고 냈던 핫핑크가 올 봄 립스틱 중 매출 1위 제품이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한국의 화장 트렌드가 글로벌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인 맥(MAC)에서는 한국지사가 제안한 오렌지 컬러가 글로벌 시장에 출시돼 히트를 치기도 했다.

맥 홍보팀의 박미정 부장은 “지난 5월 출시했던 ‘올어바웃오렌지(all about orange)’ 컬렉션은 한국인이 피치와 오렌지 색상을 좋아한다는 것에서 착안해 글로벌 시장에 내놓은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립 틴트 등 한국 소비자가 좋아하는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였다”고 전했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