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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이슨 이번에도…‘뺄셈의 혁신’
날개없는 선풍기 · 봉투없는 청소기 이어
이번엔 소리없는 헤어드라이어 곧 출시

기존 기능부가 ‘덧셈혁신’전략 탈피
불편하고 위험한 부분 과감히 삭제

전체 직원중 30%가 디자인 엔지니어
美·유럽 장악 이어 亞로 영역 확장


영국 생활가전업체 다이슨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날개 없는 선풍기’와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 같이 고정관념을 깬 제품을 잇달아 히트시킨 데 이어, 이번엔 ‘소리 없는 헤어 드라이어’를 준비하고 있다. 다른 정보기술(IT)ㆍ가전업체들이 제품에 기능을 부가하는 ‘덧셈의 혁신’에만 매진하는 사이, 나홀로 보여주는 ‘뺄셈의 혁신’인 탓에 더 관심이 높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다이슨은 ‘소리 없는 헤어 드라이어’의 개발과 양산을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새 헤어드라이어의 설계도를 영국과 미국의 특허 관련 기관에 등록했다. 보도에 따르면 다이슨의 새 제품은 구조에서 완전한 차이를 보인다. 기존 제품이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손잡이 위의 공기 집진부를 없애버렸다. 대신 손잡이 밑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공기를 빨아들인다. 이를 손잡이 내부의 실린더를 통해 모터 부분으로 이동시켜 분사한다. 작은 모터를 쓸 수 있는 데다, 소음의 주원인이 되는 날개형 팬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더 적은 에너지로도 높은 출력을 내면서, 결과적으로 소음을 없앨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전성도 높다. 기존 제품은 공기 흡입 과정에서 유입된 먼지나 불순물이 차칫 열선부와 접촉해 화재나 고장이 발생할 우려가 있지만, 다이슨의 새 제품은 집진부와 송풍부가 분리돼 있어 이 같은 가능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소리없는 헤어 드라이어’는 다이슨의 세 번째 ‘없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특히 관심이 높다.

다이슨은 비행기의 양력 원리를 이용한 ‘날개 없는 선풍기’, 원심력을 이용한 먼지봉투 없는 ‘사이클론 진공청소기’ 등으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청소기는 1년 만에 미국시장을 장악하면서 ‘비틀스 이후 최고의 영국 침공’이라는 평을 얻었고, 선풍기 하나로 일본에선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능이라는 명목하에 경쟁사 제품이 더욱 복잡해질 때, 다이슨은 불편하고 위험한 부분을 과감히 없애버리면서 ‘뺄셈의 접근’으로 소비자들로부터 공감을 끌어냈다. 심플한 디자인도 감각적인 소비자들에게 지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다이슨의 강점을 조직구조에서 찾는다. 다른 회사들은 제품의 디자인팀과 엔지니어팀이 구분되어 있는 데 반해 다이슨은 양쪽이 통합돼 있다. ‘디자인 엔지니어’라고 불리는 융합형 인재들이 디자인과 기술의 양립을 추구한다. 설립자이자 개발 책임자이고 ‘영국의 스티브 잡스’라 불리는 제임스 다이슨 경 자체가 영국 왕립미술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이너 출신 엔지니어다. 다이슨 관계자는 “디자인과 기술은 한몸이다. 청소기의 경우 어떻게 디자인 하느냐가 공기의 흐름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의 문제이고 결국 기술의 문제로 이어진다”고 조직구조에 담긴 회사의 철학을 설명한다.

개발을 위해 투입되는 전문인력의 숫자도 많다. 다이슨의 디자인 엔지니어는 전체 약 4500명의 직원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1500여명이다. 엔지니어 전체의 숫자는 다른 글로벌 가전사에 비하면 적지만, 다이슨이 두어가지 제품군에 생산을 집중하고 있는 까닭에 결과적으로 제품 하나에 투입되는 엔지니어의 숫자는 훨씬 많아진다. 예컨대 진공청소기에 적용된 ‘다이슨 볼 테크놀러지’는 디자인 엔지니어 70명이 한 팀으로, 3년 이상 공을 들여 개발한 것이다. 

(왼쪽부터) 날개 없는 선풍기,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 소리 없는 헤어드라이어

미국과 유럽을 장악한 다이슨은 현재 아시아 지역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올 초에는 싱가포르에 5000만파운드를 투자해 총 4200㎡ 규모의 디지털 모터공장 ‘다이슨 웨스트 파크’를 설립하기도 했다. 일본을 거점으로 중국 등 아시아의 거대 시장을 노리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의 생활가전 강자들과 한판 대결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는 진공청소기 구조 디자인을 놓고 특허소송전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다이슨식의 제품 개발ㆍ생산방식은 다품종 대량 생산이 필요한 국내외 종합 가전사들에는 적합하지 않다”면서도 “역발상적인 사고를 해내고 이를 집념 있게 구현하는 조직의 구조와 소통 방식만큼은 혁신을 추구하는 우리 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봤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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