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분리후 첫 이례적 고강도 경영진단 착수…사업전략 재정립 · 우리투자증권 인수 등 대비 차원
NH농협금융지주가 금융그룹 전반에 대한 경영진단에 착수했다. 지난해 3월 신경(信經)분리 이래 처음이다. ‘덩치만 큰 느린 곰’에 비유되는 농협금융이 ‘날렵한 곰’으로 변신할지 주목된다.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최근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보험계리 컨설팅 전문 밀리만 코리아에 컨설팅을 외뢰했다. 두 회사 인력 10여명이 경영 전반을 살펴보고 있으며, 컨설팅 비용은 15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금융은 그동안 크고 작은 컨설팅을 실시했다. 그러나 이번처럼 외부 전문기관 2곳에 의뢰해 강도 높은 진단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 취임 원년이라는 점에서 금융권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농협금융의 사정은 그다지 좋지 않다. 예대금리 차 축소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하락과 자산건전성 악화로 인한 충당금 추가적립, 대내외적 경기침체 지속 등이 농협금융을 짓누르고 있다. 실제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2분기 39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주요 계열사인 NH농협은행도 2분기 192억원 순손실을 보였다. 여기에다 국내 최대 영업점을 구축하고 있지만, 속도와 전문성에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농협금융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감안할 때 은행, 증권, 보험 3개 권역에 대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게 내부 판단”이라면서 “우리투자증권 인수 추진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통합 마케팅 시스템 구축작업도 진행 중이다. 시스템이 완성되면 은행ㆍ증권ㆍ보험 등 자회사 간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이라고도 했다.
금융권은 농협금융의 경영진단에 대해 향후 사업전략을 다시 짜고 금융권 최대 이슈인 우리투자증권 인수 등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농협금융은 치밀하고 체계적인 준비 없이, 전 정권에서 신경분리가 급하게 이뤄졌다. 조직과 사업의 포트폴리오 등에서 불완전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면서 “신경분리 2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서 조직 재정비와 사업전략 방향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밀리만 코리아는 NH농협생명보험과 NH농협손해보험에 집중하고 있다. 농협생명은 변액보험과 온라인보험 시장 확대를 추진 중이며, 농협손보는 5년 내 자동차보험시장 진출 등 신규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컨설팅 이후 리스크 관리체계 재정비와 인력 구조조정 등 농협금융에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양규 기자/kyk7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