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음식들과 환상의 조화…김치 너는 누구냐
대한민국 대표음식 ‘돼지고기김치찌개’…비오는날 막걸리 최고 안주 ‘김치전’…
삶은 돼지고기와 함께 먹는 ‘김치보쌈’…
그어떤 음식도 김치 곁들이면 ‘최고의 맛’
‘김치양’은 최고의 신붓감이다. 그 어떤 신랑과 결혼을 해도 어울리고, 최고의 궁합을 보이기 때문이다. 김치양은 고춧가루와 각종 젓갈, 무, 파, 마늘, 생강 등 톡톡 튀는 맛을 내는 액세서리(양념)를 갖고 있으면서도 최고의 어울림을 자랑한다.
김치양은 출신 지역에 따라 젓갈 등이 강한 향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강한 재료들이 섞여 그 어떤 독특함은 사라지고, 최고의 조화로움만 남게 된다. 김치양 홀로 냄비에 넣고, 물만 넣어 끓여도 맛난 ‘독신’ 김치양의 향을 즐길 수 있다.
김치양에 돼지고기군을 듬성듬성 썰어 넣으면 맛깔스런 돼지고기 김치찌개가 된다. 김치양은 항상 뒤에서 신랑을 돋보이게 한다. 절대 앞에 나서서 ‘김치돼지고기찌개’라 불리지 않는다. 항상 ‘돼지고기김치찌개’라 불리며 자신의 신랑을 최고로 돋보이게 한다.
김치양이 등갈비군과 만나면 ‘등갈비김치찜’이나 ‘등갈비김치찌개’가 된다. 워낙 흔해 빠진 캔참치군도 김치양을 만나면 훌륭한 영양식으로 변한다. 부드러운 참치살이 씹히는 참치김치찌개는 대학가 자취생들의 단골 친구이기도 하다. 김치양과 참치군의 결혼은 너무 간단하다. 김치양과 캔참치군을 만나게만 해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소금이나 간장을 따로 넣을 필요가 없다. 마늘이나 파, 생강 등도 필요 없다. 오히려 추가로 간을 맞추거나 양념을 할 경우 김치양의 결혼을 방해할 수 있다.
캔꽁치군이나 캔고등어군이 김치양과 궁합을 이뤄도 전혀 손색이 없다.
결혼식장(냄비)에 하객(각종 재료)을 초대할 필요도 없다. 꽁치캔을 따, 꽁치군을 넣고, 김치양을 섞어만 주면 완성된다. 캔고등어군도 마찬가지다. 캔꽁치군이나 캔고등어군이 싱싱하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시장이나 마트에서 손질된 꽁치, 고등어를 사와 김치양과 결합시켜주면 캔꽁치, 캔고등어군보다 훨씬 식감 좋은 음식을 경험할 수 있다.
김치양을 듬성듬성 칼로 잘라 밀가루군과 결혼을 시키면 한여름 비올 때 막걸리 안주로 최고인 김치전으로 탄생한다. 김치전 맛을 높이기 위해 각종 해산물 등을 추가한다면 오히려 김치전 맛을 떨어트린다. 김치전은 김치양의 진가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끓는 물에 데친 두부씨를 주례로 해 김치양과 돼지목살군을 결혼시킨 두부김치는 아빠들 술 안주로 금상첨화다.
김치양을 닭군과 만나게 해줘도 손색이 없다. 닭군의 날개, 다리, 몸통 등을 분리한 뒤 김치양을 만나게 해준다면, 닭군은 김치양 특유의 애교스러움에 온 몸이 녹아 퍽퍽하고 질긴 자신의 육질을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닭복음탕의 새로운 변화다.
쇠고기군도 요즘에는 김치양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불고기용 쇠고기군과 김치양이 그냥 섞여 끊는 불에서 춤만 쳐도 그 맛은 하늘을 날 듯하다.
곱창군이 김치양을 만났을 때는 특유의 곱창군 구린내를 없애준다. 김치양이 워낙 강하면서도 포용적이라 곱창군의 못된 냄새를 날려주기 때문이다. 김치양을 잘게 썰어 밥이랑 섞어만 주면 ‘김치볶음밥’이 된다. 워낙 흔한 밥이라, 이때 김치양은 밥보다 앞서 이름이 나온다.
김치양이 조용히 숨어서 하는 일도 있다. 콩비지찌개는 콩비지와 잘게 썬 돼지고기가 주된 재료지만, 그 안 보이는 곳에서 김치양이 쑥스러운 듯 얼굴을 드러내기도 한다. 청국장을 끓일 때도 나이 많은 김치양(신김치)을 몇 가닥 넣어주면 청국장의 향과 어울려 한국인이 좋아하는 맛을 내준다.
한여름 국수군을 삶은 뒤 볶음 김치양과 비벼 먹으면 볶음김치국수가 되고, 삶은 국수군과 잘게 썬 김치양을, 김칫국물에 빠트려 먹으면 김치말이 국수라는 근사한 야식으로 변한다.
여기에 칼국수군과 김치양을 만나게 해주면 김치칼국수가 되고, 김치양을 밀가루 반죽에서 대충 뜯어 못생긴 수제비군과 묶어주면 맛깔스러운 김치수제비로 변신이 된다.
이 외에도 돼지고기를 쪄 내놓은 뒤 김치양과 함께 입안에 넣어주면, 보쌈이라고 하고, 쪄낸 돼지고기와 삭힌 홍어 그리고 나이 많은 김치양을 같이 먹어주면 삼합이 된다. 만두 속에 김치양을 잘게 썰어 물기를 빼준 뒤 넣어주면 김치만두가, 김치양을 넣은 김치피자, 김치양이 속이 된 김치버거 등도 있다.
무엇보다도 김치양은 포용심이 넓다. 맛이 살짝 가려고하는 신랑들을 흔쾌히 안아준다. 먹다 남아 냉동실에서 몇 주 이상 숨도 못 쉬고 있던 돼지고기나 찬밥도 김치양을 만나면 근사한 맛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너무나도 친근한 김치양의 변신은 무죄다.
허연회 기자/okidok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