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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년 백신노하우 경쟁체제 돼도 자신 있다”

박두홍 녹십자 종합연구소장 인터뷰

“유정란 외 세포배양 백신도 개발 중…혈우병약 ‘그린진F’ㆍ항암보조제 ‘뉴라펙’ 글로벌化 가능성”



“30년 백신생산 노하우를 신생업체가 금방 따라오긴 어렵죠. 기술ㆍ가격문제만 해도 쉽지 않을 겁니다.”

녹십자의 박두홍(57) 종합연구소장은 올들어 제약사들이 잇달아 백신 생산ㆍ공급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 이같이 촌평했다.

녹십자는 1983년 B형간염백신 개발을 시작으로 수두백신, 유행성출혈열백신 등 30여년 각종 백신을 개발ㆍ생산해 왔다. 2009년에는 전남 화순에 유정란(有精卵) 배양 방식의 독감백신 공장을 완공하고 계절독감 및 신종플루 백신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독감백신과 수두백신은 해외에서도 우수성을 인정받아 세계보건기구(WHO) 입찰 참가자격(PQ)을 받았으며, 백신과 백신 생산기술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박 소장은 “현재까지 백신은 유정란 방식이 가장 안정적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균주만 공급받으면 새로운 인플루엔자나 조류인플루엔자 백신을 언제든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두홍 녹십자 종합연구소장이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를 소개하고 있다. 헌터라제는 녹십자가 지난해 세계 두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희귀의약품이다.

녹십자는 유정란 외에도 동물세포 배양 방식의 백신도 개발에 들어가 내년 상반기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박 소장은 “독감백신의 임상기간은 6개월 가량으로 치료제에 비해 짧은 편”이라며 “1번 접종 후 항체 생성여부를 확인하면 되므로, 개발기간도 그만큼 단축된다”고 소개했다.

녹십자는 백신 외에도 항암항체, 바이오베터, 세포치료제 등 20여가지 파이프라인을 진행 중이다.

이 중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뉴라펙’은 임상3상을 마치고 품목허가를 신청, 내년 중 제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호중구(好中球ㆍNeutophil)는 혈중 50% 이상을 차지하는 백혈구의 일종으로, 감염에 대항하는 혈구세포다. 뉴라펙은 항암보조제로, 기존 치료제(G-CSF) 보다 치료제 작용시간을 연장시킨 바이오베터 제품에 해당한다.

또 3세대 유전자재조합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F’도 미국과 유럽에서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어 상용화에 바짝 접근한 상태다. 북미에서 글로벌 임상3상이 진행 중인 면역글로불린 ’아이비 글로불린 에스엔’은 현재 투약을 마치고 올해 안으로 임상시험이 완료될 예정이다. 이들 제품의 세계 시장규모는 각각 20억∼50억달러에 이른다.

녹십자는 이밖에 희귀질환인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개발도 세계에서 두번째로 성공,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녹십자의 연구개발 방향은 철저히 규모를 감안한 틈새전략과 차별화전략이 특징이다. 경쟁사의 진입장벽이 높고, 시장경쟁이 상대적으로 치열하지 않는 분야에 집중한다.

이 때문에 원조 바이오의약품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분야에는 진출하지 않고, 대신 바이오베터(바이오개량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박 소장은 “희귀의약품, 틈새의약품은 환자단체가 만들어져 제약사를 찾아오며, 주요시장의 핵심 의사군만 접촉하면 될 정도로 임상이 수월한 편”이라며 “규모와 비용을 감안해 대규모 임상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일단 힘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한편 일양약품은 하반기 충북 음성에 국내 최대인 6000만도스 규모의 백신 생산시설을 갖추고 시험생산에 들어갔다. SK케미칼은 세포배양 방식의 새로운 백신 생산체계를 개발 중이며, 임상 3상이 끝나는 내년 하반기부터 안동공장에서 백신 생산을 시작한다.

이 때문에 연간 국내 필요량(1500만도스)에 비해 지나치게 공급량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백신 생산 가능량은 녹십자 5000만도스를 비롯해 일양약품 6000만도스, SK케미칼 1억4000만도스 등이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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