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허연회 기자]‘연금’ 얘기가 나오면 국민들은 짜증부터 난다.
미래를 위한, 노후를 위한 보험 성격의 연금인데, 왜 연금 얘기만 나오면 국민들의 불만지수가 고조되는 것일까.
우선 국민연금 얘기를 하면, 기초연금과 연계돼 연금 수령액이 줄어든다, 기초연금액이 감소한다는 등 국민연금에 대한 왜곡된 얘기들이 오간다.
게다가 현재 월급에서 꼬박꼬박 ‘내 돈’이 빠져 나간 뒤 수십년 후인 미래에 연금으로 받는다 하니 탐탁치 않기도 하다. 미래가 불투명하고, 현재 살기도 빠듯한데 무슨 연금을 붓느냐는 식이다.
국민연금에 공무원연금까지 덧붙여지면, 짜증이나 불만을 넘어서 뒷골이 땡기고, 얼굴이 붉어지고, 목소리까지 높아진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은근슬쩍 현행 9%에서 13~ 15%까지 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연금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개진하고 있다. 지금 좀 더 고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더 많은 보험료를 내라는 의미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도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국민연금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현재 국민연금은 모든 가입자가 본인이 낸 것보다 많이 받게 돼 노인 부양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고령화 현실에서 보험 수리적으로 조정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얘기를 듣고 있으면 ‘경제적’ 입장에서 수긍이 간다. 그러나 경제적 논리만 따질 부분이 아니다. ‘심정적’으로는 나만 손해보는 심정이라는 게 국민들 생각이다.
국민연금의 상황은 이런데, 4대연금이라 할 수 있는 공무원연금, 군인연금에서는 보험료를 올리는 등의 개혁 움직임이 없다.
매년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부족분을 국민들 세금으로 보전을 해주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지못해 작은 목소리로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개혁을 소곤소곤 얘기할 뿐이다.
정부는 지난해까지 공무원연금에 무려 10조2283억원의 재정 자금을 쏟아부었다. 올해 공무원연금공단의 연금 운용 수입은 7조6633억원이다. 이에 반해 공무원 퇴직자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 등 지출액은 9조5586억원이다. 1조8953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적자는 바로 국민들의 혈세에서 충당해야 한다.
군인연금도 마찬가지다. 지난 1977년부터 기금이 고갈된 군인연금에 정부는 해마다 적자분을 보전해주고 있다. 2008년 9492억원, 2009년 9409억원, 2010년 1조566억원, 2011년 1조2266억원, 2012년 1조2499억원 등이다. 이 역시 국민들의 세금이다.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적자분을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상황에 대해 국민들은 “왜 국민들이 세금으로 퇴직 공무원이나 군인들의 연금까지 챙겨줘야 하느냐?”는 반응을 보인다.
이에 대해 공무원, 군인들은 이렇다할 대답이 없다.
공무원 연금과 군인연금을 개혁해야 한다고 하지만, ‘묘두현령(猫頭懸鈴)’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격이다.
그동안 수차례 공무원 연금과 군인연금을 개혁하려 했지만, 당사자인 공무원과 군인들의 반대에 부딪혀 수포로 끝난 게 수차례다.
공무원, 군인들이 국가에 헌신하고 봉사한 노고에 대해 국민들이 외면하려는 게 아니다. 어차피 공무원, 군인들의 월급도 국민들의 세금으로 주고 있는 상황인데, 왜 공무원 연금ㆍ군인연금까지 국민들의 세금으로 부족분을 메꾸려 하냐는 것이다.
공무원, 군인연금 재정이 고갈되고, 부족분이 발생한다면 자체 개혁을 통해 ‘더 내고 덜 받던지’ 해야 하지만, 현 상황은 ‘덜 내고, 더 받겠다’는 놀부 심보를 부리고 있다.
급기야 기획재정부에서도 공무원연금을 개혁하겠다고 나섰지만, 국민들 대다수는 ‘저러다 말겠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공무원들은 “평생 국가에 봉사하고 퇴직했을 때 공무원 연금에 의존해 살아야 한다”고 항변한다. 군인들은 “국가 안보를 위해 생명을 담보로 최전선에서 적들과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군인연금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한다. 그러나 국민들도 하루 하루 ‘삶’이라는 전쟁터에서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
국민들이 더 이상 ‘봉’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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