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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파티는 끝났다”…12개 기관 부채규모 낱낱이 공개
현오석 부총리, 부실 · 방만 공기업 이례적 거친 질타
“참담한 심정” “분연한 각오로 행동하라”
섬뜩한 표현 써가며 강력한 개혁의지 피력

과다한 복리후생·예산낭비 사례 조사
연말까지 사업조정 등 자구책도 추진




경제부처 수장이 공식 석상에서 이렇게 세고 거칠게 공공기관장들을 질타한 적은 없었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섬뜩할 정도의 표현을 써가며 공공기관의 문제를 지적했다.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인식이 과거에는 통했을지 모르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어림없다고도 했다. 방만경영, 비리, 부채, 과잉 복지 등 공공기관에 따라붙는 수식어들이 없어질 때까지 근본적이고 제도적으로 변화시키겠다고 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오전 공공기관장들을 불러모아 놓고 ‘우선은 말로’ 기관장들을 흠씬 두들겨 팼다. “파티는 끝났다”, “참담한 심정이다”, “분연한 각오와 단호한 행동을 보여라”라며 기관장들을 다그쳤다.

사실 공공부문 개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역대 정부들도 모두 개혁을 외쳤지만 시작만 있고 결과는 실종된 ‘용두사미’식 구호에 그쳤다.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실행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현 부총리의 이날 발언은 과거 정권과는 다르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지금 공기업들이 국민으로부터 질타를 받는 것은 기하급수적으로 부채는 늘어나고 수익은 떨어지는데 기관장 이하 직원들은 고연봉과 성과급에 ‘돈잔치’를 벌여왔다는 점 때문이다. 현 부총리는 그래서 “과다한 복리후생과 예산 낭비 사례를 조사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공기업 임원들의 보수 체계도 조정하겠다고 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주요 14개 적자 공공기관 기관장의 평균 연봉(2012년 기준)은 2억1000만원, 평균 성과급은 9000만원에 달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연말까지 관련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 부총리는 또 과거 5년간 부채 증가를 주도했던 LH(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전력 수자원공사 가스공사 등 12개 기관에 대해 부채 규모와 성질, 발생 원인 등을 낱낱이 공개하겠다고 했다. 사업 조정, 원가 절감, 수익 창출 극대화 등과 같은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부채 관리가 미진할 경우에는 다른 분야의 평가가 우수하더라도 경영 평가 성과급을 제한하겠다고 했다.

거의 모든 공공기관은 방만경영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때문에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손사래를 쳐봐도 국민은 믿지 않는다. 다만 공공기관들도 대놓고 얘기 못해서 그렇지, 할 말은 있다. ‘급증한 부채가 반드시 방만경영 때문인가’ 하는 점이다.

LH공사의 2012년 기준 부채 규모는 2008년에 비해 52조3000억원 급증했고, 한전(발전 자회사 포함)은 44조9000억원, 가스공사는 14조4000억원, 석유공사는 12조5000억원, 수자원공사는 11조8000억원이나 늘어났다. LH는 지난 정권에서 야심 차게 추진했던 보금자리주택으로만 23조8000억원의 부채를 떠안았다. 수자원공사는 22조원이 투입된 4대강 사업에 8조원을 부담했다. 정부가 져야 할 부채를 공기업이 떠안은 것이다.

공기업들의 부채 관리 대책을 만들려면 부채 급증의 원인과 반성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 실효성 있는 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신창훈ㆍ최진성 기자/chuns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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