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실·방사선과·연구실 등
1년단위로 자유롭게 오갈수 있어

근로시간 탄력적 운용
시간선택제 사업장 모범사례로



서울 강서구에 있는 미즈메디병원의 내시경실에서 일하는 간호사 경력 10년의 A 씨는 육아휴직 후 아이들 보육 때문에 퇴사를 고민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내시경실의 경우 환자들이 대부분 오전에 몰리므로 오전에 시간선택제 근로를 하고, 오후에는 퇴근하라는 제안을 했다. 1년 뒤 보육 사정이 나아지면, 전일제 일자리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단서조항도 달았다. A 씨는 전일제로 일할 때의 75%가량만 일하지만, 임금은 85% 정도를 받는다. 미즈메디병원 강서 관계자는 “오전에 일이 몰리기 때문에 적게 일하지만, 임금은 더 주고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육아 때문에 포기하려던 직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됐고, 병원 측도 A 씨와 같이 숙련된 인력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게 됐다.

미즈메디병원 강서의 내시경실이나 방사선과, 연구실 등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전일제 정규직으로 일하다 1년 단위로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옮겨갈 수 있다. 업무는 바뀌지 않는다. 근로시간을 업무가 많을 때로 집중하면 된다. 현재 이 병원에서 자발적으로 정규직 전일제에서 시간선택제로 바꿔 일하고 있는 근로자는 12명에 달한다. 그러나 행정실 등 하루 종일 업무가 집중되는 경우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채택하기가 쉽지 않다.

노사발전재단이 지난 2012년 좋은 시간선택제 사업장이라고 선정한 유성선병원이나 다이어트 컨설팅을 하는 쥬비스, 전문 콜센터인 아인텔레서비스, 영어전문교육기관인 월스트리스인스티튜트코리아, 식품제조업을 하는 떡보의 하루, 사회복지법인인 라파엘복지재단, 김천감문병원 등은 오로지 시간선택제 일자리만 제공하고 있다. 이들 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15~30시간이며 근로조건에는 차별이 없다. 근로계약기간을 정하지 않아 정규직 일자리이기도 하다. 다만 시간선택제 근로를 하다가 전일제 일자리를 원해도 전일제 일자리로 전환할 수 없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뽑은 근로자라 해도 업무능력 등을 고려해 향후 전일제로 전환이 가능해야 하고, 전일제 근로자가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전환해 일정 기간 근무를 하다가 다시 전일제 근로자로 돌아왔을 때 피해를 보는 사례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만 양산돼 저임금을 받게 되면 저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전락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김영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근로자들이 자발적으로 시간선택제와 전일제 일자리를 오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시간선택제와 전일제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일자리를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보고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근로시간 단축청구권’을 포함한 관련 법률안을 늦어도 내년 초까지 제정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 시간선택제 TF팀 관계자는 “전일제 근로자가 각종 사유가 발생했을 때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연회 기자/okidok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