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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 허연회> ‘법인카드’를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불편한 시선
법인카드(?)가 딱 한 번 있어본 적이 있다. 사실 법인카드도 아니었다. 회사에서 만들어 준 카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나오는 팀수당을 고스란히 개인 카드로 옮겨 놓은 뒤 공적인 용도로 사용했을 뿐이었다.

짝퉁 법인카드지만 그 유혹은 대단했다. 공적인 용도로 이 카드를 쓸 때면 전혀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당당히 카드를 꺼내 결제했다. 카드 결제를 통해 발생하는 포인트 쌓기의 즐거움까지 따라왔고, 후배들의 “잘 먹었습니다”라는 말에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사적인 영역에 들어서면, 마음속에서 머뭇거림이 일어났다. 눈치를 보기도 했고,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는 손이 부끄러워 빨개지기도 했다. 그렇다고 단 한 번도 그 무늬만 법인카드를 공적인 용도로만 사용하고,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적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마시는 몇 잔 정도의 커피도, 업무와 상관없는 지인들과 마신 호프도 이 무늬만 법인카드를 쓴 적이 있다. 횟수가 적고, 사용 규모가 작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사적으로 사용한 적이 있으니, 유죄다. 단 몇 만원일지 모르지만, 나를 위해 사용한 적이 있다면 그건 분명 유죄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에 대한 얘기로 대한민국이 시끄럽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선임연구위원인 문 후보가 국민의 혈세로 커피 몇 잔, 호프 몇 잔이 아닌 수백, 수천만원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죄질이 다르다는 것이다. 사용내역도 가관(可觀)이다. 부인과 자식들 생일에 집 근처 식당이나 호텔에서 사용했다. 마치 자신의 돈인 양, 그리고 KDI 선임연구위원이 이 정도는 괜찮다는 식으로 마구잡이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본인 카드로는 엄두도 못 냈을 값 비싼 호텔 음식도 가족들을 데리고 가 사 먹였다. 2012년부터 문 후보자가 거주하는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 인근 비싼 밥 집에서 98회에 걸쳐 1468만원을 썼다. 호텔에서는 20만~30만원하는 식사를 거뜬히 결제했다. 100회가 넘었으니 쑥스러움도 사라졌고, 사적인 용도로 법인카드를 사용할 때 손이 빨개질 이유도 없다. 오히려 국민 1인당 1원씩 받아 5000만원을 쓸 뿐이라는 멋진(?) 변명이 어울릴 법도 하다.

지난 2008년 부부합산 4100만원의 신용카드를 썼던 문 후보자 부부는 2011년 본인은 520만원, 부인은 260만원의 신용카드를 쓰는 데 그쳤다. 이 부분에 대해 문 후보자는 부인이 재래시장에서 생활비로 현금만 사용해 장을 봐 생활했다는 구차한 변명을 대고 있다.

법인카드를, 그것도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해 국가 공공기관에서 발급해준 법인카드를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사용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그를 대한민국 복지정책 정부부처의 최고 수장으로 임명하려 한다. 그러나 문 후보는 안 된다. 대한민국에 공무원은 물론 민간기업,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들고 다니는 수십만장 법인카드가 마음대로 춤을 추게 놔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 후보가 이 지경이라면, KDI 임원들의 법인카드는 더 요지경일 수 있다. 문 후보가 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되면, 복지부 공무원들의 법인카드는 디스코를 칠 수 있다. 이건 막아야 하지 않나? 

허연회 (경제부 차장) okido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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