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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내 근무수칙은 첫째도 둘째도 안전”
한국형 원자로 첫 여성 조종사…이경은 한수원 과장
전 세계에 우리나라의 높은 원자로 건설 기술력을 알린 한국형 신형 경수로(APR1400). 이 원자로를 조종하는 26살 젊은 여성이 화제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 이경은(26ㆍ사진) 과장이다.

이 과장은 현재 APR1400 조종면허 취득자들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다. 1987년생으로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졸업과 동시에 2010년 한수원에 입사했다. 입사 3년여 만인 지난 7월 조종면허를 땄다. 초고속 진로다.

이 면허를 취득하려면 원자로 이론, 구조와 설계, 운전 제어, 방사선 안전관리, 원자력 법령 등 5개 과목 필기시험을 거친다. 발전소 운전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검증받는 실기시험도 통과해야 한다. 특히 APR1400 원자로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수출 모델이어서 한수원 내에서도 조종면허 시험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하다. 당시 응시한 한수원 직원 97명 가운데 12명만 간신히 통과했을 정도다.

이 과장은 현재 완공단계에 접어든 신고리 3ㆍ4호기를 시운전하면서 실무능력을 키우고 있다. 이 과장은 “한수원 입사 후 다른 부서로 배치될 수도 있었지만 발전소에서도 전기를 만들어내는 가장 최전선 현장에서 근무하고 싶은 마음에 조종사가 됐다”며 “전투기도 여성 조종사들이 늘어나는 마당에 한수원에 막상 들어와보니 여성 원자로 조종사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남성 위주의 근무환경 등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는 “밸브를 열고 잠그는 등 힘으로 해야 하는 일부 작업을 빼고는 오히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꼼꼼함이 장점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며 일축한다.

이 과장의 근무수칙 중 가장 중요한 점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다. 이 과장은 “원자로 조종사는 업무 특성상 국민 수천~수만 명의 안전을 담보로 한다”며 “값싸고 질 좋은 전기를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안전한 운전”이라고 밝혔다.

원전 비리 사건 등으로 올 들어 유독 힘든 시간을 보낸 한수원. 그는 “대다수 한수원 직원은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고 사명감도 어떤 직업보다도 투철한 사람들”이라면서 “입사 때부터 크게 대견해 해주신 부모님께서 오히려 일련의 사태에 걱정과 상심이 크셨는데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는 것처럼 한수원이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식 기자/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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