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후 16년만에 IMF 실무급 고위직 임명…달라진 국제위상 반영
188개국…IMF 총 회원국3600억$…IMF 자본금
1.14%…한국 출자 지분율 (57억달러)
1955년…한국, IMF에 가입…58번째 회원국
16년…외환위기 후 16년만에 한국국적 아·태국장
1997년 11월 26일 휴버트 나이스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ㆍ태평양 담당 국장이 서울에 도착했다. 다음날 임창열 당시 부총리와 나이스 국장은 IMF의 긴급 자금 지원과 함께 기업ㆍ금융 구조조정 협상의 조속한 마무리에 합의했다. 한국경제를 뒤흔들어 놓은 ‘IMF 사태’의 시작이었다. 우리에게 IMF 아ㆍ태국장은 저승사자였다.
이창용(55)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IMF 아ㆍ태국장에 임명됐다. IMF는 27일 새벽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이창용 씨를 아ㆍ태국장에 지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어 “최근 은퇴 의사를 밝힌 아누프 싱 국장 후임으로 내년 2월 10일부터 근무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위기를 겪은 아시아 국가들로선 ‘통한의 자리’에 한국 국적의 인사가 정확히 16년 만에 앉은 것이다. 또 IMF의 실무급 고위직에 한국인이 진출하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
이창용 박사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서울대 교수를 거쳐 이명박정부 때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2009년에는 대통령 직속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차관급)으로 활동한 뒤 2011년부터 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하고 있다.
이 박사는 로런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전 미 재무부 장관)의 제자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서머스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이창용 박사가 IMF 국장직을 맡게 되길 희망한다”고 말해 관심을 끌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교육을 본받자”는 말을 자주 하는 것은 이 박사가 서머스 교수에게 그런 인식을 심어줬고, 서머스는 그 사실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알렸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다.
이 박사의 IMF 아ㆍ태국장 임명에는 현오석 부총리를 비롯한 우리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도 있었다. 현 부총리는 IMF에 부총리 명의의 추천서를 제출했고, 라가르드 총재 등 IMF 고위 인사와 면담 때 우리 정부의 확고한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 박사의 IMF 아ㆍ태국장 지명은 우리나라의 바뀐 국제 위상이 반영된 결과”라며 “앞으로 한국 국적의 우수한 인재가 국제금융기구에 진출하는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신창훈 기자/chuns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