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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또 하나의 명물 ‘홍화’…6차산업 일구다
산청 홍화원 김수한 대표…산청 농가와 계약재배 · 홍화 가공식품 제조 · 약초식당 등 관광효과까지
비가 오던 어느 날 아내가 아파트 계단을 내려가다가 미끄러져 심한 골절을 당했다. 병원에서는 당장 수술해야 한다고 했지만 겁이 많았던 아내는 접골원에서 뼈만 맞춘 후 붕대를 감는 것으로 끝냈다. 처가가 선대부터 한약방을 해왔던지라 뼈에 좋은 것으로 전해졌던 홍화씨를 꾸준히 먹었다. 20일 후 병원에 갔더니 기적처럼 뼈가 다 붙었다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 그 뒤로 인생이 달라졌다. 20년 가까이 근무한 삼성생명을 그만두고 홍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산청 홍화원의 김수한 대표 얘기다. 그때가 1997년이었으니 17년째 홍화 하나만 바라보고 살았다.

▶직접 체험한 홍화의 효능=홍화는 한약명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잇꽃’이란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사람 몸에 이롭다고 해서 그렇게 불려져 왔다. 옛날에는 꽃잎은 화장품이나 식품의 색소로 쓰였고, 씨는 기름을 짜거나 가루를 내 먹었다. 효능을 직접 체험하고 나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김 대표는 “당시 홍화가 약용으로 묶여있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질의서를 올리는 등 온갖 노력으로 1996년 12월 식품으로 인정을 받았다”며 “바로 공장 부지를 물색해 다음해인 1997년에 공장을 준공했다”고 설명했다. 

산청 홍화원은 100% 산청에서 생산되는 홍화로 제품을 만든다. 홍화꽃은 보통 7월 첫 주에 활짝 피어 장관을 이룬다.

홍화원을 설립할 때만 해도 산청에서는 홍화가 많이 재배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산청군과 연계해 농가들과 계약재배를 시작했다. 지금은 계약재배 농가가 100여곳까지 늘어났다. 올해 수매량은 11t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정도면 농가의 수익도 2억원에 달하게 된다.

그는 “지리산 인근의 산청군은 다른 지역보다 일교차가 크고 물이 맑아 홍화의 생장을 빠르게 하는 것은 물론 효능을 극대화하는 재배 적지라는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홍화를‘1+2+3’차 산업으로=홍화원은 홍화로 6차 산업을 일궈냈다. 6차 산업화란 농업의 1차(생산)부터 2차(제조ㆍ가공), 3차(유통ㆍ문화ㆍ관광)산업을 연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1차 생산물인 홍화씨와 홍화꽃은 산청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수급한다. 김 대표는 “홍화원은 20년 가까이 100% 수매를 하며 재배농가와 같이 성장해 왔다”며 “홍화원의 홍화씨와 꽃은 100% 산청산만 사용한다”고 밝혔다.

2차는 가공품이다. 홍화씨를 이용해 홍화씨, 홍화환, 홍화차 등 홍화 관련 제품과 인진쑥환, 산수유환, 느릅나무환, 민들레환 등 가공품을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홍화샴푸와 비누 등도 개발했다.

홍화씨가 뼈에 좋다면 인진쑥은 간에, 민들레나 느릅나무는 위궤양이나 위염에 좋다. 산수유는 신장에 이롭다. 

홍화원 김수한 대표.

3차는 온라인 판매와 관광이다. 홍화원은 계약재배와 제품생산, 그리고 현장 및 온라인 판매까지 원스톱 생산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현장 판매처와 함께 홍화약초식당을 만들어 소비자와 접점을 늘렸다. 홍화약초식당에서는 홍화를 이용한 비빔밥과 칼국수, 동동주 등을 판다. 이 역시 100% 산청 홍화만을 이용한다. 홍화원식당은 이미 그 근처에 가면 꼭 들러야 할 명소다.

한 해 매출은 20억원에 달한다. 홍화제품 판매가 7억원 안팎이며, 식당 등에서 나머지 수익이 난다.

홍화원은 지난 3월에는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을 받아 제품을 믿고 먹을 수 있도록 했다.

▶협동조합으로 유통ㆍ마케팅 해결=아무리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고, 건강식품을 개발한다고 해도 판로가 없다면 아무 필요가 없다. 지역 농가나 생산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유통과 마케팅이다. 홍화원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때마침 법개정으로 손쉽게 설립이 가능해진 협동조합이 해결책이 됐다. 김 대표는 산청 다른 기업인과 손을 잡고 ‘산청군 동의보감촌 기업인협동조합’을 결성했다. 지난 6월 신청서가 수리됐으며 공동구매ㆍ생산ㆍ마케팅이 설립 목적이다. 

일반인들에게‘잇꽃’이란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홍화.

이미 공동매장이 하나 문을 열었는데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김 대표는 “지역에 바이어가 올 때마다 생산없체들을 일일이 다 불러모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공동매장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며 “협동조합의 공동매장이 문을 연 지 한달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매출 3억원을 올린 상황”이라고 전했다.

앞으로는 홍화 관련 제품의 수출을 위해 힘쓸 계획이다.

김 대표는 “수출을 위한 논의는 지속적으로 해왔으며 그동안 주로 중국산을 수입했던 미국과 일본에서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달 들어서는 품질이 좋은 홍화를 찾는 중국 바이어들과의 미팅도 가졌다”고 밝혔다.

안상미 기자/hu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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