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만개 일자리 예산집행 차질”…준예산안 편성 가능성 커지자 정치권에 협조 읍소
새해 예산안 처리는 정치권이 한 해 치열하게 대립한 현안을 털어버릴 ‘빅딜의 용광로’다. 여당은 예산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야당의 협조 명분을 주고, 야당은 예산안 늑장 처리로 인한 정치적 부담은 지겠지만 원하는 법안과 예산을 얻어낼 ‘절호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단 이런 정치행위는 여야가 국회 안에서 머리를 맞대고 앉을 때 가능하다. 장외로 나가면 ‘공멸’이다.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새해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 1일 기자들을 만나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한 민주당을 향해 “국회로 돌아와 예산안을 심사해 달라”고 호소했다. 예산안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해 준(俊)예산 편성 가능성이 커지자 정치권에 읍소를 한 것이다.
현 부총리는 “준예산이 편성되면 65만개에 달하는 일자리 예산 집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면서 구체적인 숫자로 야당을 압박했다. 그러면서 “정치가 모든 것을 빨아들여 꼼짝 못하게 하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이 고착화하면 결국 필요 이상의 비용을 지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연말만 되면 벌어지는 정치권의 ‘예산 전쟁’이 결국 국가 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회는 지난 2003년 이후 11년 연속으로 헌법에 규정된 예산안 처리 시한을 어겼다.
그는 또 “준예산은 천재지변 등을 대비해 만든 제도이지, 국회 처리가 늦어질 때를 의식해 만든 제도가 아니다”며 “준예산을 논의한 것 자체가 안타깝고 불필요한 불안감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가 해를 넘겨 새해 예산안을 처리한 적은 있지만 준예산이 편성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여야는 물론 행정부 역시 예산안 처리 불발이 몰고 올 정치적 후폭풍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예산안을 매개로 전개되고 있는 여야 대치 상황을 해소할 유일한 길은 여론의 향배다. 특히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있어 민심의 변화를 바로 읽을 수 있다. 현 부총리도 여론전에 깊숙이 가세했다.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부처의 장으로서 마땅히 감내하고 치러야 할 일이다. 대신 현명해야 한다. 그 잣대는 현 부총리가 민심을 제대로 읽고 가는지가 될 것이다.
신창훈 기자/chunsim@heraldcorp.com